검찰 "러 선박, 요트 충격 후 도주하다 광안대교 충돌"

입력 2019-03-27 11:02
수정 2019-03-27 11:16
검찰 "러 선박, 요트 충격 후 도주하다 광안대교 충돌"

선장에 도주죄·교통방해 추가…6개 혐의 구속기소

사고 전 선장 음주 사실도 확인…대교 수리비 28억4천만원 추정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지난달 28일 러시아 화물선의 부산 광안대교 충돌사고가 1차 요트 충격 후 도주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검찰 조사결과가 나왔다.

부산지검 해양·환경범죄전담부(이동수 부장검사)는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5천998t) 선장 S(43)씨에 대한 혐의에 업무상 과실 선박파괴, 해사안전법 위반, 선박의 입·출항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기존 4가지 외에 업무상 과실 일반교통방해와 선박교통사고 도주 혐의 등 2가지를 추가해 선장 S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27일 밝혔다.

해당 선사 법인은 해사안전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해경으로부터 넘겨받아 조사한 결과, 술에 취한 선장 S씨가 도주 과정에서 선회 거리와 회전각을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해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검찰에 따르면 선장 S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3시 37분께 부산 용호부두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6%(해사안전법 처벌 수치는 0.03% 이상) 음주 상태로 비정상적인 출항지시를 내려 200m 전방에 있던 요트와 바지선을 들이받았다.

운항공간이 협소한 용호부두의 경우 짧은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 선박 방향을 변경하는 '제자리 선회 항법'으로 출항해야 했지만 씨그랜드호는 전방으로 가속 운항하다가 사고를 낸 것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요트 등과 충돌한 씨그랜드호는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무리하게 고속으로 선회하는 방식으로 부두를 빠져나가려다가 광안대교 하판 구조물을 다시 들이받았다.

씨그랜드 조종성능을 보면 중간 출력 속도로 선회하면 전방에 최소 440m 거리가 필요했지만, 요트 충돌 지점에서 광안대교까지는 350m에 불과해 충돌이 불가피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결국 음주 운항 사고를 내고 도주하려던 선장이 정상적인 거리와 회전각을 판단하지 못한 것이라고 검찰은 덧붙였다.

검찰은 씨그랜드호가 요트 충돌 후 피해자 확인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고, 해상교통관제센터 교신에 "충돌하지 않았다(No collision)"고 거짓 답변한 점, 러시아 선박은 영해만 벗어나면 충분히 도주 가능성이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선박교통사고 도주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씨그랜드호 충돌로 광안대교 교각 구조물에는 가로 4m, 세로 3m의 구멍이 생겨 수리비 28억4천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현재까지도 부분적으로 교통이 통제돼 업무상 일반교통방해죄 역시 성립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S씨 음주 시점에 대해 "전문가 분석 결과 사고 전 처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이었다"며 "사고 후 술을 마셨다는 진술은 허위"라고 밝혔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앞으로 중대사고 위험성이 높은 음주 운항 처벌 기준을 강화하겠다"며 "S씨가 책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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