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에 입맞추려는 신도 '머쓱', 프란치스코 교황의 '손빼기'
보수 가톨릭계 "전통 무시" 비난…진보측 "신성한 존재 취급 거부한 것" 두둔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끼고 있는 반지에 입을 맞추려는 신자들로부터 손을 빼는 동영상이 화제가 되자, 가톨릭계에서 이를 두둔하는 측과 비난하는 측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6일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 이탈리아 로레토 성지를 방문, 온화한 표정과는 달리 신도들이 긴 줄에서 차례를 기다리다 자신에게 다가와 반지에 입을 맞추려 할 때마다 반지를 낀 오른손을 재빨리 뒤로 빼는 동작을 반복했다.
무릎을 공손히 꿇고 손에 입을 맞추려는 한 여성의 어깨를 툭 쳐서 못하게 하는가 하면, 손에 입을 맞추려 했던 다른 여성 신도는 교황이 잽싸게 손을 뒤로 빼자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러한 교황의 행동에 대해 보수 가톨릭계는 전통을 무시한 것이라며 비난했다.
가톨릭 보수 매체인 '라이프사이트뉴스'는 기사 제목에서 "불온한" 행위라고 지적하며 교황의 반지와 그 의미에 대한 장구한 역사를 설명했다.
가톨릭 전통주의자들의 웹사이트인 로라테 카엘리는 트위터에 "프란치스코, 그리스도의 대리자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면 거기서 나와라"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로이터 제공]
반면, 교황의 전기 작가인 오스틴 아이버레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도들이 자신을 성스러운 존재로 취급하지 않도록 한 것"이라며 "그는 로마 황제가 아닌 교황"이라고 두둔했다.
예수회의 러셀 폴리트 수사도 트위터를 통해 "군주제의 유산인 '반지 입맞춤'을 멈출 때가 됐다"며 "이건 그저 터무니없는 것이며, (가톨릭) 전통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했다.
일부 바티칸 분석가들은 보수적인 성향의 베네딕토 16세와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들조차도 편의상의 이유 등으로 '손등 입맞춤'을 선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과거 50여명의 신도와 함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영접하러 갔을 때, 특별히 무릎을 꿇거나 교황의 손에 입맞춤하지 말라는 요구사항을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바티칸 측은 교황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익명을 요구한 교황의 한 측근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반지 입맞춤을 좋아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면서 반응들을 "즐긴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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