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스쿨버스 테러' 막은 이집트계 소년 시민권 받는다

입력 2019-03-27 10:09
伊 '스쿨버스 테러' 막은 이집트계 소년 시민권 받는다

살비니 부총리 "시민권 부여 찬성"…부정적 입장서 선회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스쿨버스 테러 시도를 저지해 동급생 50여명의 목숨을 구한 이집트계 소년이 이탈리아 시민권을 받게 될 전망이다.

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각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집트계 라미 셰하타(13)에게 시민권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살비니 부총리는 "내 아들과도 같은 라미에게 시민권을 주는 데 찬성한다"며 "그는 이탈리아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내무부도 살비니 부총리의 발언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셰하타는 지난 20일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서 발생한 스쿨버스 납치 방화극 당시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 휴대전화로 경찰에 현장 상황과 버스 위치를 알려 동급생 친구 51명의 목숨을 구했다.

이후 그가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자랐음에도 이민법에 따라 아직 시민권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권을 주라는 여론이 빗발쳤다.

부모의 국적을 따르는 '속인주의'를 채택한 이탈리아의 이민법은 이민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경우 18살이 될 때까지 시민권 자격을 주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셰하타는 2001년 이탈리아에 이민 온 이집트계 부모 밑에서 출생했다.

셰하타의 시민권 획득은 강력한 여론의 지지 아래 급물살을 타는 듯했으나, 이탈리아의 강경한 반(反)이민·난민 정책을 주도하는 살비니 부총리가 이민법에 예외를 두는 데 난색을 보이면서 제동이 걸렸다.

지난 25일에는 셰하타의 가족 구성원 중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이 있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여 셰하타의 이민권 획득이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그가 '용기 있는 행동'은 이민법도 뛰어넘을 수 있다며 기존의 입장을 180도 바꿔 극적으로 돌파구가 열렸다.



살비니 부총리는 28일 셰하타를 비롯해 모로코계 소년 아담 엘 하마미(12) 등 테러 저지에 공을 세운 5명의 소년과 당시 현장에 긴급 출동해 참사를 막은 경찰관들을 만나 환담을 할 예정이다. 면담 이후에는 기자회견도 예정돼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다만 사건 당시 셰하타가 경찰에 연락하는 데 도움을 준 하마미의 시민권 부여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의 부친인 칼리드 엘 하마미는 "모든 사람이 다른 동급생(셰하타)만 언급하고 있어 하마미가 아주 많이 속상해하고 있다"면서 하마미에게도 시민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셰하타와 하마미 등은 26일 이탈리아 파르마의 스타디오 엔니오 타르디니에서 열린 이탈리아-리히텐슈타인 간 유로 2020 예선전 '특별 게스트'로 초대돼 경기 관람과 함께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선수들과 사진을 찍는 등의 시간을 가졌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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