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보고 놀란 가슴…포항시민 땅·바다 시추시설 공포증
지열발전소 지진 촉발에 이산화탄소 저장시설도 폐쇄 요구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규모 5.4 지진이 지열발전 영향이란 연구결과가 나옴에 따라 포항시민 사이에 지하 깊은 곳을 뚫는 시설에 대한 공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7일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에는 흥해읍 지열발전소와 함께 장기면과 영일만 앞바다에 설치된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2곳이 대표적인 시추시설로 꼽힌다.
포항지열발전소 주관 기관인 넥스지오는 2011년부터 지하 4.2∼4.3㎞ 지점에 지열발전정 2개를 뚫은 뒤 2016년부터 시운전해 왔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난 직후 일부 전문가와 주민은 당시 인근에 건설 중인 지열발전소가 지진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이나 스위스 등에서 지열발전소가 땅에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단층에 자극을 줘 유발지진이 일어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을 촉발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지열발전소는 포항시민 사이에 비판과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시설도 포항시민의 공포감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
정부와 공주대 등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장기면과 영일만 앞바다에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시설을 만들었다.
이 시설은 지하 800m까지 구멍을 뚫은 뒤 압력을 넣어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주입해 저장함으로써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을 연구한다.
그러나 시험주입이 끝난 상태에서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나자 연구가 중단됐다.
지진 발생 직후 포항시가 지열발전소와 함께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폐쇄를 촉구해 왔기 때문이다.
지열발전과 이산화탄소 저장연구는 입지조건이나 사용 기술이 다르다는 학계 설명에도 포항시민은 의심을 풀지 않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최근 정부를 상대로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두 곳도 완전 폐기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2년 전 포항 도심에서 지하수 관정을 파다가 천연가스가 솟아올라 시민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2017년 3월 8일 포항 남구 대이동 공사장에서 공사업체가 굴착기로 지하 200m까지 관정을 파다가 땅속에서 나온 천연가스에 불이 붙은 뒤 현재까지 타오르고 있다.
현재 이곳은 공원이자 관광명소로 바뀌었지만 발생 초기만 해도 폭발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한 시민은 "포항에서는 땅속을 파다가 특이한 일이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며 "아무리 이산화탄소 저장시설과 지열발전소가 다르더라도 땅을 깊숙하게 파고 들어가는 것은 비슷하고 결국 그런 것이 단층을 자극해 지진이 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