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만에 기회 잡은 조현우…'선방 쇼'로 벤투에 눈도장(종합)
콜롬비아 '파상공세' 막아내 승리 지켜…"승규 형과 계속 좋은 경쟁을"
(서울=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4개월 만에 대표팀 경기에 나선 조현우(대구)는 그동안의 '한'을 풀듯 '선방 쇼'를 펼쳤다.
조현우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한국의 2-1 승리를 도왔다.
지난 1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 이후 대표팀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조현우는 콜롬비아의 '송곳 슈팅'을 굳건히 막아서며 한국의 골문을 지켰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조현우는 출전한 경기마다 엄청난 '슈퍼 세이브'를 선보이며 단숨에 '국민 수문장'으로 떠올랐다.
소속팀 대구 FC에서도 든든하게 골문을 지켜 팀의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끌었다.
견고해 보였던 조현우의 대표팀 입지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임 이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벤투 감독의 지휘하에 대표팀이 치른 13경기 중 조현우는 2경기에서만 골키퍼 장갑을 꼈다.
2019 AFC 아시안컵에서도 김승규(빗셀 고베)가 경기에 나서는 동안 조현우는 벤치를 지켰다.
골키퍼부터 시작하는 후방 공격 전개를 중요시하는 벤투 감독의 성향 때문에 상대적으로 '발기술'이 약한 조현우는 중용 받지 못했다.
꾸준히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출전을 기다리던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의 강호 콜롬비아전에서 마침내 기회를 잡았다.
지난 볼리비아전 이후 김승규가 장염 증세를 보이자 벤투 감독은 조현우를 선발 골키퍼로 기용했다.
'비매너' 팔카오·'해설논란' 감스트…콜롬비아전 논란의 장면들 / 연합뉴스 (Yonhapnews)
오랜만의 출전 기회를 잡은 조현우는 볼리비아의 날카로운 슈팅을 잘 막아내며 벤투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전반 36분 페널티박스 바깥 왼쪽에서 크리스티안 보르하(스포르팅 리스본)가 감아 찬 슈팅을 몸을 날려 쳐내 건재함을 알렸다.
후반 3분 루이스 디아스(주니어)의 절묘한 슛에 타이밍을 뺏겨 한골을 실점했지만, 이어진 콜롬비아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내며 한국의 1골 차 승리를 지켰다.
콜롬비아의 간판스타인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와 라다멜 팔카오(모나코)도 조현우의 벽을 뚫지 못했다.
로드리게스는 후반 18분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예리한 슈팅을 날렸으나 조현우의 펀칭에 막혔고, 31분 때린 슈팅도 조현우의 선방에 막혀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후반 43분 팔카오는 회심의 헤딩 슛이 조현우에게 막히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심판에게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경기 종료 직전 나온 연속 헤딩 슛까지 모두 조현우에게 막힌 콜롬비아는 경기 종료까지 동점 골을 넣지 못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조현우는 "후반에 공이 많이 올 거라고 예상했다. 골키퍼 코치님과 영상을 보며 잘 준비하고 훈련한 덕분에 팬들을 즐겁게 해드린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출전하지 못하는 동안 굉장히 뛰고 싶었지만,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준비해왔기 때문에 기회를 주신 것 같다"면서 "즐거웠고, 팀이 이겨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조현우는 "벤투 감독님이 축구를 하고자 계속 노력하겠다. 지금은 만족 못 해도 차차 나아질 것"이라며 "승규 형이 오늘 부상으로 안타깝게 뛰지 못했는데, 계속 좋은 경쟁을 이어나가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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