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블랙리스트 채무자' 1천300만명…"고속철도도 이용 못해"

입력 2019-03-26 12:30
中 '블랙리스트 채무자' 1천300만명…"고속철도도 이용 못해"

젊은 층 대상 '사회적 신용평가 앱'도 내놓아

사회통제 갈수록 심해지자 "전체주의 사회로 흐를 것" 비판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에서 악성 채무자라는 낙인이 찍혀 대중교통 이용 등에 제한을 받는 사람이 1천300만 명에 달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중국 정부는 신용사회 건설을 내세우며 인민은행과 법원 등의 신용기록을 토대로 2020년까지 전 국민과 기업의 신용 등급을 점수화하는 '사회적 신용체계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신용기록이 좋은 개인이나 기업은 무료 건강검진, 은행 대출 우대 등의 혜택을 누리고, 신용기록이 불량한 개인이나 기업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각종 제재를 받게 된다.

특히 '라오라이'(老賴)로 불리는 악성 채무자로 낙인찍히면 비행기나 고속철 탑승, 고급 호텔 숙박, 자녀 사립학교 입학 등에서 제한을 받는다. 이러한 라오라이는 공식적으로 1천300만 명에 달한다.

라오라이는 중국에서 모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말로, 돈을 갚을 능력이 있지만 갚지 않는 사람들을 뜻한다.

지난해까지 이러한 이유로 비행기 탑승이 금지된 사례는 1천700만 건, 고속철 탑승이 금지된 사례는 540만 건에 달한다.

라오라이로 분류된 데이비드 쿵(47)은 "충칭으로 출장을 가야 했지만, 고속철이나 비행기를 탈 수 없어 30시간을 일반 열차를 타고 가야 했다"며 "비행기로는 3시간, 고속철로는 12시간 걸릴 거리였다"고 말했다.

그는 "라오라이로 낙인찍히면 사람들이 상대하려고 하지 않아 재기하기도 힘들다"며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 해 징역형보다 더 가혹한 형벌"이라고 말했다.

사회통제에 열을 올리는 중국 정부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 신용평가 앱'도 내놓을 계획이다.

베이징의 CY크레딧 사는 공산주의청년당(공청단), 국가개발개혁위원회, 인민은행 등과 협업해 개인정보, 자원봉사, 사회적 관계, 신용기록, 소비기록 등을 토대로 개인의 사회적 신용평가 등급을 매기는 앱을 개발 중이다.

예컨대 자원봉사, 연구논문 발표, 지식재산권 획득 등 '착한 일'을 하면 최고 신용 등급을 받아 온라인 쇼핑 할인, 취업 우대 등의 각종 혜택을 누리고, 커닝, 표절 등 '나쁜 일'을 해 등급이 내려가면 여기서 제외된다.

CY크레딧 사는 내년부터 이를 상용화해 장기적으로는 4억6천만 명에 달하는 18∼45세 중국인들이 해외 유학, 주택, 여행, 연예·결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적용받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에 협력하는 공청단 단원의 수만 9천만 명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앱의 파장은 상당히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이러한 사회통제가 '전체주의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해 말 "중국 정부의 감시 능력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이 결합하면 사실상 인간 삶의 모든 면을 통제하는 '오웰리언적(전체주의적)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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