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가 필요해"…마크롱, 시위 부상 70대에 훈계조로 구설
일반인에 대한 공감대 부족 지적 잇따라…'부자 대통령' 비난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일반인들에게 무례하다거나 공감대도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41) 대통령이 또 한 차례 구설에 올랐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주말 소위 '노란조끼' 시위 참가 중 두개골에 금이 가는 부상을 한 70대 활동가에 대해 빠른 회복을 바란다면서도 "어느 정도의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충고성 발언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역지 '니스-마탱'에 "몸이 약해 떠밀릴 위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출입금지 구역으로 선포된 장소에는 가지 말아야 하며, 자신을 그런 상황에 놓이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73살의 여성 활동가 주느비에브 르게는 당시 니스 집회 참가 중 경찰이 방패와 진압봉을 휘두르며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도로에 쓰러져 머리를 다쳤다. 르게는 당국이 고의로 과도한 폭력을 행사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당시 니스는 집회 다음 날에는 마크롱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이 예정돼 있어 파리 샹젤리제 거리 등과 함께 노란 조끼 시위 개최가 금지됐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르게의 가족을 포함해 곳곳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마크롱이 보통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증거라는 주장도 나왔다.
르게 가족의 변호인은 "당신은 병원 침상에 있는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며 마크롱의 발언이 "무신경하고 무감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란조끼 시위에 참가하는 극좌 단체도 피해 여성이 공익을 위해 나선 것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피해 여성은 지혜에 관한 한 당신의 가르침이 필요하지 않다. 당신이 그녀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꼬집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먹고살기에 어려움을 겪어 불평하는 일반인들에 대해 공감대를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례하고 무시하는 태도마저 보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마크롱은 지난해 9월에는 일자리가 없다는 푸념을 하는 20대 청년을 향해 오히려 일할 사람이 없다고 난리라며 주변에 일자리는 널려있다고 응수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실직한 조경사라고 밝힌 청년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수없이 보내지만, 답이 없다"고 하소연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일할 의지나 의욕만 있다면 어디든 일자리가 있다며 "내가 길 하나만 건너면 당신에게 일자리를 찾아줄 수 있다"고 답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연금시위 반대 시위를 하는 노년층을 향해 프랑스인들은 불평을 줄여야 한다며 자신의 개혁에 반대해 거리로 나선 사람들을 '게으름뱅이'로 표현했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와인이나 식기류 등 고가품을 선호하고 메이크업에 많은 비용을 치르며, 또한 부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보여 일부로부터 "부자들의 대통령"이라고 비아냥을 듣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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