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와의 전쟁] ② '쓰레기 山' 하루가 멀다고 불…연기·악취에 경악
의성 10m 쓰레기 산 자연발화 화재 등으로 주민 고통…美 CNN도 보도
제주 회천엔 오름 높이의 매립장, 부여·화성·부평에도 쓰레기 방치
(전국종합=연합뉴스)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에 우뚝 솟은 17만2천여t 규모 거대한 쓰레기 산(山).
작년 12월부터 2개월 동안 하루가 멀다고 잇따랐던 화재가 지난달 초부터는 거의 소강상태를 보인다.
의성군이 동원한 굴착기 2대와 작업 인부 4명이 매일 분주히 움직인다. 플라스틱, 비닐 등 온갖 쓰레기를 뒤집고 안에 물을 뿌리며 내부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폐기물처리 업체가 사업장 4만㎡에 허가량보다 80배가 많은 폐기물을 쌓아두는 바람에 높이가 '10m'가량 되는 거대한 산처럼 변했다.
이 같은 장면은 최근 미국 CNN방송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폐기물 더미에서 발화한 불이 51시간이나 지속하면서 매캐한 연기와 악취를 발생시켜 인근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폐기물 더미에서 나오는 침출수로 인근 낙동강과 지하수 오염도 우려되고 있다.
한 주민은 "평소 빨래는 밖에 널지도 못할 뿐 아니라 여름에는 창문조차도 못 열어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면서 "쓰레기 더미에서 불이 날 때마다 매캐한 연기 등으로 인근 마을이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김경은 생송2리 이장은 "이곳 어르신들은 '죽기 전에 저 쓰레기가 치워지는 걸 봐야 할 텐데'라며 걱정하신다"고 말했다.
의성군은 급기야는 올해 국비와 지방비(총 53억원)를 들여 2만1천t을 먼저 처리하기로 하고 1단계 조치로 쓰레기산이 주변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용역을 발주했다.
제주산 쓰레기 필리핀 불법수출 사태 이후 찾은 제주시 회천동 회천쓰레기매립장. 제주시 전역에서 배출된 쓰레기는 쌓이다 못해 높이가 멀리 내다보이는 '오름'만 해졌다.
회천쓰레기매립장 내 야적된 압축 쓰레기는 약 5만t. 코를 막아도 새어드는 악취로 구역질이 날 정도다.
쓰레기양은 급증하는데 소각장 처리용량이 부족해지자 제주시가 2015년 회천동 북부광역쓰레기 소각장에 고형폐기물연료 생산시설을 만들고, 생산된 고형폐기물연료를 도내 농공단지 내 열병합발전시설에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제주지역 주요 매립장의 매립률은 지난해 기준 회천쓰레기매립장 99.9%, 서부매립장 101.6% 등으로 포화상태에 다다르거나 이미 용량을 넘어섰다.
그나마 유일한 해결책은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들어서는 제주환경순환센터다. 준공 시 쓰레기 총 200만㎡를 매립하고, 하루 500㎡를 소각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지면 상태는 다소 호전 될 것으로 보인다.
충남 부여의 한 농촌 마을에도 비닐, 스티로폼, 플라스틱, 케이블, 헌 옷가지 등으로 뒤엉킨 쓰레기가 섞인 폐기물 2만여t이 산처럼 쌓여 2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A 업체가 지난해까지 1년 넘게 1t당 18만원의 처리비용을 받고 전국에서 폐기물을 화물차로 받아 무단 야적해 놓았기 때문이다.
불법행위 한 업주의 구속으로 폐기물처리가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태에 놓였다. 시간이 갈수록 비산 먼지 발생과 지하수 오염 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도 쓰레기 산이 솟아있고, 인천시 부평구에도 1만6천여t의 폐기물이 쌓여 있다.
당진에서도 1년째 불법수출 폐기물로 드러난 쓰레기가 쌓여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됐다.
폐기물 처리업체인 B사가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베트남에 수출하겠다며 당진항 보안구역 내에 3천500t 규모의 폐기물을 야적한게 민원을 샀다.
이처럼 자치단체마다 넘쳐나는 폐기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한채 쌓아놓는 불법 야적이 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지만 좀처럼 타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불법 폐기물 방치는 처리에 막대한 혈세가 들어갈 뿐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지역 주민에 큰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폐기물을 무단 투기하거나 방치해 부당이득을 보려는 불법 행위자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끝까지 추적해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무선 박주영 백나용 기자)
ms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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