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제조 2025' 정면비판 러우지웨이 보직해임…"역린 건드렸나"
"중국제조 2025, 말만 요란" 공개 발언…사회기금 이사장직 사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무대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정면으로 비판했던 중국의 한 고위급 인사가 보직에서 해임됐다.
인사 원인이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중국 내 일각에서는 그가 시 주석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에 낙마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 경제지 차이신(財新)은 26일 러우지웨이(樓繼偉) 전 재정부 부장(장관급)이 전국사회보장기금 이사장직에서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차이신은 그러나 이번 인사 배경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전국사회보장기금 새 이사장에는 류웨이(劉偉) 재정부 부부장(차관급)이 임명됐다.
전국사회보장기금은 양로보험, 공상보험, 실업보험 등 기금을 통합해 운용하는 기관으로 현재 관리 금액 규모는 2조 위안(약 337조원)에 달한다.
올해 68세인 러우지웨이는 2013∼2016년 재정부 부장을 지냈다.
2016년부터 전국사회보장기금 이사장으로, 2018년부터는 중국의 정치 협상 기구인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외사위원회 주임으로 일해왔다.
이번에 러우 전 부장이 사회보장기금 이사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정협 외사위 주임 직위에 변동이 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그가 사회보장기금 이사장에서 내려온 것을 두고 중국에서는 그가 최근 '중국제조 2025'를 정면으로 비판해 설화(舌禍)에 휩싸인 것이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러우 전 부장이 2016년부터 2년 이상 사회보장기금 이사장 자리를 맡아 정기 인사 교체로 볼 여지도 있지만 전직 재정부장이 앉는 것이 관례이던 자리에 부부장(차관)급 인사가 임명되면서 이번 인사가 부자연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이달 정협 연례회의 기간 중 기자들과 만나 "중국제조 2025의 부정적인 측면은 납세자들의 돈을 낭비했다는 것"이라며 "중국제조 2025는 말만 요란했지, 실제로 이룬 것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첨단산업의 발전을 원했겠지만, 이러한 산업들은 너무나 변화가 빨라 예측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러 외신은 그의 이 같은 발언에 주목하면서 미중 무역 전쟁 와중에 중국 고위층 내부에서도 시 주석의 국가 정책에 대한 이견 표출이 잦아진 것으로 해석했다.
'천전양(陳振陽)'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큰형님 앞에서 말을 했으니 지하에서 잠이 들 것"이라며 "그때부터 오래 못 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누리꾼 'TONYFANG'은 "진실한 말을 하는 똑똑한 사람은 한 사람에 이어 또 한 사람씩 계속 나온다"고 뼈 있는 평을 남겼다.
러우 전 부장은 그간 언행에 극히 신중한 다른 중국 관리들과 달리 거침없는 발언으로 주목받은 적이 적지 않다.
그는 작년 9월 한 공개 포럼에서 "전력을 다해 중국 경제를 억누르려는 것이 현 미국 정부의 정책"이라고 진단하면서 공급사슬 상의 핵심 중간재와 원자재, 부품 수출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타격을 주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제언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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