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놈 위에 나는 경찰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 잠입한 경찰
조직원 모집 광고 보고 접근…면접까지 본 뒤 '합격'(?)
허점 보이며 조직 안심시킨 뒤 유인…대포카드 수거책 5명 검거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가족처럼 일하실 분. 교통비와 식비 제외하고 일당 10만원."
부산 강서경찰서 지능팀은 갈수록 피해자는 늘어나는데 뿌리 뽑히지 않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막기 위해 조직으로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이상민 지능팀장은 구인·구직 사이트를 꼼꼼하게 뒤져 보이스피싱 범죄 가담 조직원 모집글로 의심되는 게시물 10여개를 발견해 직접 지원했다.
이 팀장은 신분확인과 간단한 면접을 본 뒤 2곳에 합격(?)했다.
면접에 합격하자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쳇'으로 연락이 왔다.
"하는 일은 간단합니다. 카드를 받아서 지정된 장소로 가져다주면 됩니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임을 확인한 이 팀장은 메시지에 오타를 섞어서 대화하며 허점을 보이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다.
조직도 치밀했다.
경찰에 적발됐을 때 퀵 기사라고 무조건 잡아떼라는 등 행동강령도 있었다.
이 팀장에게 주어진 미션은 부산·대구 등지에서 체크카드 15장을 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전달하는 것.
체크카드를 빌려주는 사람들은 '카드를 빌려주면 신용을 회복시켜준다'는 말에 속은 영세민들이었다.
이 팀장은 체크 가드를 모아 조직 지시대로 대전에 카드를 받으러 온 사람과 만났다.
체크카드를 전달하는 순간 수사관들이 카드를 받으러 온 A(21)씨 등 2명을 덮쳤다.
이들을 이용해 3명을 더 유인해 붙잡았다.
이들은 모두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는 카드를 모집해 중국에 있는 총책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는 수거책임자였다.
이들은 카드에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이 들어오면 일정액 수수료를 가져간 뒤 조직 윗선이 지정해주는 중국 가상 계좌로 입금하는 역할을 했다.
경찰은 A씨 등 4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중국에 있는 조직 윗선도 추적하고 있다.
이상민 강서경찰서 지능팀장은 "구직난이 심각한지 면접을 보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합격하는 것도 힘들었다"며 "구인광고에 속아 카드를 빌려주거나 전달해주는 역할만 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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