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결산] ①KB시대 활짝…막 내린 우리은행 6년 집권

입력 2019-03-26 09:01
[여자농구결산] ①KB시대 활짝…막 내린 우리은행 6년 집권

KB, 박지수 앞세워 우리은행 독주 저지하고 첫 통합우승

국내선수 활약 삼성생명도 선전…OK저축은행은 '아름다운 퇴장'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지난해 11월 초 개막한 2018-2019시즌 여자프로농구가 25일 청주 KB스타즈의 '우승 한풀이'를 지켜보며 약 5개월의 대장정을 마쳤다.

여자농구 코트는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지난 12년을 지배해 왔다. 2007년 겨울리그부터 2011-2012시즌까지 신한은행이 6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2012-2013시즌 2017-2018시즌까지 우리은행이 역시 6년 연속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독차지했다.

이제 KB가 배턴을 이어받아 새로운 '왕조'의 탄생을 예고했다.

2006년 여름리그 이후 13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을 탈환한 KB는 용인 삼성생명과 치른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도 세 경기 만에 끝내고 마침내 창단 이후 첫 챔피언결정전 및 통합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KB는 1998년 출범한 여자프로농구에서 21년 만에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KB는 2011-2012시즌부터 한 번도 빠뜨리지 않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나 여자프로농구 6개 구단 중 유일하게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험이 없었다.

KB 시대를 활짝 연 주역은 올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최연소이자 만장일치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21세의 박지수다.



지난해 여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무대에 오르기도 한 박지수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13.1점(10위)에 11.1리바운드(3위), 3.0어시스트(10위), 1.7블록슛(2위)의 성적을 내고 KB가 우리은행의 독주를 가로 막는 데 큰 힘을 실었다.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 3경기에서는 정규리그의 두 배 가까운 평균 25.0점을 뽑고 12.0리바운드, 2.0어시스트, 1.7블록슛을 기록하며 더욱 펄펄 날았다.

박지수뿐만이 아니다. KB는 강아정, 심성영 등 기존 멤버에 자유계약선수(FA) 염윤아까지 영입해 리그 최강 전력을 구축했다.

정규리그 득점 1위(20.7점), 리바운드 6위(9.5개), 공헌도 2위에 오른 외국인 선수 카일라 쏜튼도 KB의 통합 우승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KB 지휘봉을 잡은 지 3년 만에 팀의 첫 통합 우승을 지휘한 '초짜 사령탑' 안덕수 감독의 열정적인 리더십이 버무려졌다.

KB는 이제 리그 '공공의 적'이 돼 집중견제를 받을 테지만 핵심 멤버들이 건재해 한동안은 정상을 유지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쏜튼처럼 박지수와 조화를 이룰 외국인 선수를 앞으로도 계속 선발할 수 있느냐 정도가 변수로 꼽힌다. 안덕수 감독도 통합 우승 후 "장기집권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시즌 중 외국인 선수를 두 차례나 교체해야 했던 삼성생명의 선전도 박수받을 만했다.

삼성생명은 김한별, 배혜윤, 박하나 등 국내 선수들이 환상의 호흡으로 외국인 선수의 공백을 거뜬히 메우고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박혜진, 임영희, 김정은이 버틴 우리은행을 상대로 1차전 패배를 딛고 2연승을 거두는 반란으로 '왕조'를 허물어뜨렸다. 정규리그 개막 이후 9연승을 달리던 우리은행에 시즌 첫 패배를 안긴 것도 삼성생명이었다.

외국인 선수 덕을 보지 못한 것은 우리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은행은 국내 선수들의 활약 속에 시즌 초반 독주를 이어가며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후반 들어 주축 선수들의 피로가 쌓이면서 2013-2014시즌 이후 처음으로 3연패를 당하는 등 흔들렸다. 결국 정규리그 1위를 KB에 내줬고, '봄 농구'도 일찍 마감하며 낯선 시즌을 보냈다.

다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은 가드 박지현이 빠르게 팀에 녹아드는 등 국내 선수들의 짜임새가 여전하다는 점은 우리은행의 재도약을 기대하게 한다.

포스트시즌에 초대받지 못했지만, OK저축은행의 행보도 시즌 내내 주목받았다.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KDB생명이 해체된 뒤 개막 직전까지도 인수기업이 나타나지 않자 네이밍 스폰서로 나서서 여자농구를 위기에서 구했다.

그러고는 다미리스 단타스라는 검증된 외국인 선수와 어시스트 부문 1위를 차지한 안혜지(6.37개), 신인 이소희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어우러지면서 지난 시즌(4승)의 세 배가 넘는 13승(22패)을 챙기고 4위라는 값진 성과를 냈다.

OK저축은행은 이제 BNK캐피탈이 팀 인수를 추진하면서 다음 시즌에는 새 이름으로 팬들과 만나게 됐다.

올 시즌 신한은행이 최하위에 머문 것은 예상 밖이었다.

신한은행은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나탈리 어천와가 중국 리그로 진로를 틀고, 새로 영입한 국가대표 가드 이경은은 부상으로 제 몫을 해주지 못하는 등 시즌 전 구상이 꼬이면서 6승 29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후 새 사령탑 선임과정에서도 논란이 불거지며 더욱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다.

12승 23패로 5위에 머문 하나은행은 이훈재 상무 감독에게 새로 지휘봉을 맡기고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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