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이스라엘 행보 트럼프, 골란고원 카드로 네타냐후 구하기

입력 2019-03-26 06:21
수정 2019-03-26 15:48
親이스라엘 행보 트럼프, 골란고원 카드로 네타냐후 구하기

'5선 고지' 다급한 네타냐후, 트럼프에 SOS…골란고원産 와인 선물

포옹한 채 뺨 맞대며 '볼 키스'도…브로맨스 과시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총선을 불과 보름 앞두고 위기에 처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구하기'에 나섰다.

이날 방미 중인 네타냐후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시리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 인정을 아예 포고문으로 못 박으며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는 내달 9일 총선을 목전에 둔 네타냐후 총리의 최우선 정치 의제를 미국 행정부가 지지한다는 공식적 선언이기도 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5번째 총리직이 확실하지만, 중도 성향 야권연대의 위협을 받고 있는 데다 부패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하면서 선거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표밭 다지기에도 한창 바쁜 시기임에도 그가 미국까지 날아와 SOS를 친 것은 그만큼 5선 고지에 '등정'하는데 미-이스라엘의 돈독한 관계를 강조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함을 과시,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차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날 네타냐후 총리의 손을 확실히 들어줌으로써 지원사격에 나선 셈이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 21일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유대교 성지인 '통곡의 벽'을 방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서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애칭인 '비비'로 부르며 골란고원 문제와 관련, "나는 여러 해 동안 이 문제에 대해 조사해왔다. 이건 한참 전 미 행정부가 해결했어야 할 문제이다. 내가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에게 일찍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위대한 친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이스라엘 양국, 그리고 양 행정부, 그리고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특별한 유대관계가 형성돼 있다"며 "미국에 있어 이스라엘만 한 친구가 없다. 우리는 기꺼이 우리의 공통 가치를 위해 싸울 의향이 있다. 미국은 자유와 우리의 영토, 우리의 국민, 우리의 공통된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무기를 들고 싸울 동맹을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제공]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을 존경한다. 그리고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에 이어진 포고식 서명 행사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수해온 골란고원 산(産) 와인을 소재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골란고원에서 최상품의 와인을 한 상자 가져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술을 한 모금도 입에 안 대는 점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와인을 잘 안 마시니 대신 (백악관) 직원들에게 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풀 기자단이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부패 혐의로 자국에서 수사를 받는 점을 의식한 듯 "(와인 상자를 줬다는 이유로) 자국에서 조사가 시작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농담을 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요약본이 공개된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결과 일단 '정치적 면죄부'를 받은 상황이다.

두 사람은 "우리의 관계는 강력하다. 우리는 독과 같은 반유대주의에 맞설 것"(트럼프 대통령), "오늘은 정말 역사적인 날"(네타냐후 총리)이라며 두 나라의 끈끈한 협력 관계도 강조했다.

포옹한 채로 서로 뺨을 맞대며 '볼 키스'까지 하는 스킨십을 나누기도 했다.

미국의 유대계 이익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참석 일정 등을 위해 미국을 찾은 네타냐후 총리는 그러나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가자지구에서 로켓이 발사, 7명이 다친 사건으로 인해 예정된 총회 연설 일정 등을 취소하고 백악관 방문 후 급거 귀국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문 서명은 그가 취임 이후 보여온 친(親) 이스라엘 행보의 일환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며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지시하는 '폭탄선언'으로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는 시리아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며 다시 한번 중동 지역의 화약고를 건드렸다.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유대계이기도 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도 이러한 친 이스라엘 행보를 미국 내 유대계 표심 자극으로도 연결한다는 복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엔이 골란고원을 불법 점령지로 규정하는 등 이스라엘의 주장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수십년간 지켜져 온 '외교적 금기까지 깨면서 노골적인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 편들기에 나서면서 국제적 논란은 확산할 전망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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