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결산] ②역사로 남은 임영희…새 역사 시작한 박지현·이소희

입력 2019-03-26 09:01
[여자농구결산] ②역사로 남은 임영희…새 역사 시작한 박지현·이소희

39세 임영희 '웃으며 안녕'…2000년생 박지현·이소희, 신인왕 경쟁부터 '불꽃'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18-2019시즌 여자프로농구엔 20년 차이가 나는 '언니'와 '동생'이 함께 했다.

가장 큰 언니가 여전한 기량을 뽐내며 화려하게 작별을 고하는 사이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겁 없는 신예들은 코트 위 '2000년생 시대'를 열어 젖혔다.

이번 시즌 여자농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 중 하나는 임영희(39)의 은퇴다.

20년 동안 코트를 지키며 사상 첫 정규리그 600경기 출전 등 금자탑을 쌓은 임영희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하고 지도자로 새 농구인생을 시작했다.



임영희는 마지막 시즌에도 평균 30분 가까이 출전하며 10.53점, 3.6어시스트, 3.3리바운드를 기록, '몇 년 더 뛰면 안 되겠느냐'는 말을 수없이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좋은 모습을 보일 때 박수받으며 작별하기를 원했고, 뜻을 이뤘다.

1980년생인 임영희가 떠나면서 이제 여자농구 코트는 1980년 이후 출생자들로만 채워지게 됐다.

이번 시즌 기준으로 임영희 다음 연장자는 1983년생 조은주(OK저축은행), 1984년생 곽주영(신한은행), 한채진(OK저축은행) 등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언니가 떠나갈 때쯤, 코트엔 새로운 별들이 등장해 팬들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이번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2순위로 지명받아 프로로 선수로 첫발을 내디딘 박지현(19·우리은행), 이소희(19·OK저축은행)가 그 선두주자다.

이들은 임영희가 프로로 데뷔(1999년)한 이후인 2000년에 태어난 동갑내기다.

이미 고교 시절부터 성인 국가대표에 선발되며 '될성부른 떡잎'으로 평가받던 박지현은 프로 선수로 처음 등장하는 지명 때부터 남달랐다.



그가 사실상 '전체 1순위'를 예약하고, 어느 팀이 1순위 지명권을 뽑을지가 관심사였다. 우리은행이 4.8%라는 가장 낮은 확률을 뚫고 그 주인공이 되면서 '최고와 최고의 만남'으로 관심을 끌었다.

데뷔 초기엔 큰 기대 속에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으나 점차 프로 무대에 적응해가며 그의 잠재력은 조금씩 발휘됐다.

쟁쟁한 언니들 사이에서도 정규리그 15경기 평균 19분 6초를 뛰며 8점, 3.7리바운드, 1.7어시스트를 올린 박지현은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이어진 데뷔 첫 플레이오프에서는 큰 무대의 압박감을 실감하며 탈락의 쓴맛도 봤지만, 귀중한 경험을 쌓으며 미래를 기약했다.

임영희의 은퇴와 '왕조 마감'을 계기로 우리은행이 본격적인 세대교체기에 접어들며 박지현이 위성우 감독의 혹독한 훈련 속에 어떻게 진화할지도 벌써 관심이 쏠린다.

박지현 다음 2순위로 OK저축은행의 지명을 받은 이소희는 데뷔 초기엔 박지현보다 시선을 덜 받았지만, 정상일 감독의 신임 속에 많은 기회를 얻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자신감과 당돌함이 특히 돋보이는 그는 스피드가 워낙 좋아 수비, 돌파에서 발군의 기량을 뽐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정규리그 15경기에 출전해 평균 17분 35초를 뛰며 7.33점, 2.0리바운드를 올렸다.

이소희가 팀 내 비중을 높여가며 연일 존재감을 발산하자 '0순위 박지현'으로 여겨졌던 신인상 경쟁이 2파전으로 흘러가며 시즌 막바지 보는 재미를 더했다.

신인상은 결국 박지현에게 돌아갔지만, 두 선수가 펼칠 선의의 경쟁은 향후 여자농구 역사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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