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일 행사 가던 그리스 총리 헬기, 터키 전투기가 위협"(종합)

입력 2019-03-26 02:28
"독립기념일 행사 가던 그리스 총리 헬기, 터키 전투기가 위협"(종합)

치프라스 총리 밝혀…"터키군, 위협 비행 아닌 일상 임무" 반박

(로마·이스탄불=연합뉴스) 현윤경 하채림 특파원 =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 대항한 독립 전쟁을 기념하는 그리스 독립기념일 행사 참석을 위해 에게해의 섬으로 이동하던 그리스 총리의 헬리콥터가 터키 전투기로부터 위협 비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25일(현지시간) 터키 지척에 위치한 에게해 아가토니시 섬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뒤 국영 ERT 방송으로 방영된 대국민 연설에서 이 같이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섬으로 오던 중에 터키 전투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해 헬기에 바짝 접근한 채 항로를 방해했다"며 "이 바람에 우리 전투기가 출격해 이들을 가로막을 때까지 조종사가 헬기의 고도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그러면서 "이런 어리석은 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들은 단지 쓸데없이 연료만을 낭비했다"며 "그리스의 영토와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면 그리스 총리는 가장 외진 섬에도 헤엄쳐서라도 방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리스는 터키와 대화와 협력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필요하다면 우리의 권리와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우리의 조상들이 가르쳐 준 대로 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하지만 터키군은 위협 비행은 없었다며 그리스 총리의 주장을 반박했다고 관영 매체가 보도했다.

익명의 안보 소식통은, 당시 터키군 전투기가 어떤 위협 시도도 하지 않았고 에게해 상공에서 일상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터키 아나돌루통신에 말했다.

그리스 독립기념일은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 대항해 그리스 혁명주의자들이 1821∼1829년까지 일으킨 독립전쟁의 시작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그리스는 15세기 중반부터 400년 가까이 오스만 제국의 식민지였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터키와 구원을 지닌 그리스는 현대 들어서도 에게해 영유권, 키프로스 통일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 왔다.

그리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집권 이후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터키와 난민 문제에 있어 긴밀히 협조하는 등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16년 7월 터키의 쿠데타 불발 이후 그리스로 망명한 군인 8명을 송환하라는 터키의 요구를 그리스가 거부하며 양국의 관계는 다시 악화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