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최선희 "트럼프, 하노이서 스냅백 전제 제재완화에 긍정적"
"폼페이오·볼턴이 장애 조성…김정은, 국내 비핵화 반대·도전에 맞서와"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스냅백'(snapback·제재를 해제하되 위반행위가 있으면 제재를 복원하는 조치)을 전제로 한 제재완화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주재 대사관 관계자들에게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가 25일 입수한 최 부상의 당시 브리핑 '발언문'(모두발언) 전문에 따르면 그는 "회담에서 우리가 현실적인 제안을 제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에 '제재를 해제했다가도 조선이 핵 활동을 재개하는 경우 제재는 가역적이다'는 내용을 더 포함시킨다면 합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신축성 있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국무장관 폼페이오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볼턴은 기존의 적대감과 불신의 감정으로 두 수뇌분 사이의 건설적인 협상 노력에 장애를 조성했으며 결국 이번 수뇌회담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외신들에 따르면 설명회 당일 최 부상이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chemistry)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감을 표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최 부상의 주장대로라면 당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측의 영변 핵시설 관련 조치에 상응한 조치로 스냅백을 조건으로 한 제재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합의문에 담을 의사가 있었으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반대로 합의문을 내놓지 못하고 무산된 셈이다.
스냅백 방안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제재완화에 대한 북측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북측의 비핵화 조치를 추동하기 위한 차원에서 논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을 다녀온 이동렬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은 지난 20일 서울 성북구 주한스웨덴대사 관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와 대화, 신뢰 구축 전망' 주제 세미나에서 "그동안 스냅백과 같이, 가능한 제재해제 방안에 대한 많은 담화와 연구가 있었지만, 그것을 생각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최 부상은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 협상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국내의 많은 반대와 도전과도 맞서오시었다"며 "사실 우리 인민들 특히 우리 군대와 군수공업부문은 우리가 절대로 핵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하면서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 수천통의 청원 편지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과 군수공업, 기득권과 일반 주민들도 북한의 핵 포기를 원하지 않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이 가능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최 부상은 향후 행보와 관련, "이번과 같은 협상은 더더욱 할 의욕도 계획도 없다"며 "나는 우리 최고지도부가 곧 결심을 명백히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만 돼 있어 외신 등에서 보도한 핵·미사일 시험유예(모라토리엄) 관련 발언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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