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난임주사 공론화 이끈 온라인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
작년 27만명 참여…시민 제안→토론→정책 반영에 초점
따릉이 헬멧 의무화 보류·공공기관 비상용 생리대 비치 끌어내
간단한 가입 절차로 누구나 참여 가능…"일상 속 민주주의 확대"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짧게는 2주 길게는 몇달까지도 맞아야 하는 주사를 보건소에서 놔준다면 조금이나마 난임 부부들의 임신과 출산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작년 1월 19일 서울시의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http://democracy.seoul.go.kr)에 올라온 '보건소에서 난임 관련 주사를 맞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제안은 2천500개가 넘는 댓글과 5천개 이상의 공감을 얻으며 '보건소 난임 주사'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냈다. 26일 박원순 시장이 참여하는 '난임 간담회'가 그 결과물이다.
'민주주의 서울'이 일군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제안 중 '시청사 일회용품 사용금지' '공공기관 비상용 생리대 배치' 등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서울시 정책에 반영됐다.
단순히 제안이나 청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 누구나 참여하는 온라인 투표와 토론을 통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제안은 시민과 서울시 모두 할 수 있다.
시민 제안이 공론화하는 데는 참여자의 '공감'이 필수다.
30일 동안 50명 이상이 공감을 표시하면 해당 부서가 검토해 답변하고, 500명 이상이 공감하면 시민이 주축이 된 공론의제선정단이 공론화 여부를 검토한다.
공론 의제로 선정되면 온라인 투표 및 토론('서울시가 묻습니다')을 거쳐 정책 반영 여부를 결정한다. 온라인 토론 참여 인원이 5천명을 넘을 경우에는 시장이 직접 답변한다.
일정 수의 공감(동의)을 얻는 방식이 청와대 국민청원과 유사하지만 피해 구제나 부당행위 시정에 초점을 맞춘 국민청원과 달리 민주주의 서울은 시민과 함께 정책을 만들어가는 공론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단순한 '제안 후 답변' 형식이 아니라 온라인 투표, 워크숍, 현장 간담회 등을 거쳐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제안 내용을 참여자와 함께 다듬는다.
'민주주의 서울'은 서울시의 시민제안 홈페이지인 '천만상상 오아시스'를 한 단계 발전시킨 형태다. 2017년 10월 정식으로 문을 연 뒤 지난해에만 약 27만명이 참여했다.
온라인 투표 및 토론은 4월 공해차량 운행제한을 시작으로 작년 모두 5차례 진행됐다.
이 중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상용 생리대 비치와 공해차량 운행제한은 실제 정책에 반영됐고, 거주자 우선 주차장 공유와 카페·식당에서 일회용 빨대 금지 등은 서울시의 대대적인 캠페인 확대로 이어졌다.
논란이 된 공공자전거 '따릉이' 헬멧 의무 착용 건은 투표 결과 반대 의견이 88%에 달해 서울시의 공용 안전모 비치 사업이 유보되는 결과를 끌어냈다.
올해 1월 마무리된 '보건소 난임 주사 투여' 토론에는 5천명 이상이 참여해 이날 간담회에서 박원순 시장이 직접 답변할 예정이다.
온라인 토론과 더불어 오프라인에서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제안 발굴 워크숍'과 '찾아가는 시민제안' 행사가 작년 각각 4차례, 2차례 진행됐다.
민주주의 서울에는 간단한 가입 절차를 거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가입한 시민은 동일한 아이디로 바로 로그인할 수 있고, 네이버·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 계정으로도 로그인이 가능하다.
정선애 서울혁신기획관은 "보건소 주사제 투여는 당사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문제였으나, 민주주의 서울을 통해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며 "앞으로도 민주주의 서울을 통해 일상을 바꾸는 민주주의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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