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 풍경화가 오용길 "실제 경치에 상상력 더해 그리죠"
청와대 본관에 '서울-인왕산' 걸려 화제…청작화랑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인왕산 자락에 주택가와 옛 궁궐이 조화를 이루며 자리 잡고 있다.
그림은 수묵 농담으로 멀리 우뚝 솟아있는 바위산의 묵직함을 담아냈고, 중간에 위치한 주택가는 엷게 채색해 생동감을 줬다. 근경에는 너른 마당을 깔아 여백을 살렸다.
수많은 인왕산 그림 중에서 명작으로 꼽히는 오용길(73) '서울-인왕산'(2005)이다. 가로 4m에 이르는 대작으로, 올해 초 청와대 본관 로비에 설치되면서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만난 작가는 "개인전을 앞두고 청와대 본관에 제 그림이 걸렸다고 하니 전시도 더 화제가 되는 것 같다"며 기쁜 마음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중학동 옛 한국일보사 꼭대기 층에 갔다가 맞은편 인왕산 풍경을 보고서는 아주 크게 한 번 그려야겠다고 작심했죠. 그해(2005년) 서울을 주제로 한 선화랑 전시에서 작품을 선보였는데 국립현대미술관이 바로 사 갔습니다."
오용길은 수묵담채로 자연 실경을 그려온 수묵 풍경화가다. 이번 전시 출품작 20여점도 서울 수성동 계곡과 안산 기슭, 안양 예술공원, 충북 단양 사인암, 경북 청송 주왕산, 안동 만휴정, 경남 함양 누정의 봄·가을 풍경을 담았다.
작가는 "제 그림을 실경이라고는 하지만 그대로 그리지는 않는다"며 "그림 일부는 상상으로 채우는 '조경'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봄의 기운-산동'(2019) 근경의 매화도 작가가 일부러 채워 넣은 것이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무대로 유명해진 만휴정도 오용길 붓끝에서 새롭게 탄생했다.
근사한 풍경을 볼 때마다 항상 그림 생각부터 앞선다는 작가는 "외국 풍경은 그려놓고 나면 그림엽서처럼 보여서 국내를 선호한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4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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