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측-검찰 첫 격돌…"조사방식에 문제" vs "트집잡기"
양승태 측 "檢, 참고인을 피의자처럼 조사"…檢 "수사기관 판단"
고영한 측 "보고서 올린 심의관들, 직권남용 상대방인가" 법리 문제 제기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이보배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첫 재판부터 검찰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기 싸움이 시작됐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측은 검찰의 조사 방식부터 적용 법조까지 하나하나 문제를 제기했고, 검찰은 변호인들이 재판 지연 의도를 갖고 있다며 의심을 드러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참고인으로 부른 판사들을 사실상 '피의자'처럼 조사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변호인은 "대부분의 참고인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했는데, 그에 대해 검찰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현직 판사들을 참고인으로 부른 뒤 향후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압박'을 넣어 진술을 받아낸 것 아니냐는 취지다. 그 경우, 참고인들의 조서는 증거로 사용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측의 주장이 "검찰 수사 흠집 내기"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참고인과 피의자 구분은 수사 진행 경과나 혐의 유무를 고려해서 수사기관 판단에 따라 하는 것"이라며 "대상자 중 현직 판사가 많아서 조사 전에 조사 목적과 필요성,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참고인으로 조사받은 사람들이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압박받았는지는 변호인이 증인신문을 통해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며 "그런데도 수많은 조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흠집 내기, 트집 잡기로 재판을 지연하려는 게 아닌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변호인 측에 "본질적인 혐의 유무에 대한 의견부터 신속히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고영한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직권남용 행위의 상대방이 있어야 하고, 상대방이 의무 없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연구 보고서를 올린 심의관들이 그 상대방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고 전 대법관 측은 또 "'지시하고 공모했다'는 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에 대한 지시인지, 또 여러 보고서를 사후에 보고받은 게 과연 공모로 평가할 수 있는 행위인지 등 법리적인 부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날 변호인들이 제기한 문제에 향후 의견서로 자세히 반박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구체적인 증거 의견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4월 15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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