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죄부' 받고 탄핵론 털어낸 트럼프…대북 행보도 탄력받나(종합2보)

입력 2019-03-25 22:51
수정 2019-03-25 23:01
'면죄부' 받고 탄핵론 털어낸 트럼프…대북 행보도 탄력받나(종합2보)

美언론 "뮬러가 큰 선물 안겨, 트럼프 대통령직 새시대로"…후폭풍 계속될수도

대형악재 탈피 '운신의 폭' 커진 트럼프…톱다운식 대북 드라이브 가속화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집권 초기부터 줄곧 자신을 괴롭혔던 '정치적 족쇄'에서 일단 벗어나게 됐다.

22개월간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마친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양대 핵심 쟁점인 지난 대선 당시 러시아와 트럼프 대선캠프의 공모·내통 혐의,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 입증에 실패하면서다.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생명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는 갈림길에 섰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일단은 '면죄부'를 받은 셈이 됐다. 취임 이후 가장 성가신 골칫거리였던 '러시아 스캔들'이라는 뇌관 제거로 인해 재선 가도에서 잠재적 위협요인으로 꼽혔던 탄핵론은 일단 수면 위로 가라앉게 됐다.

대형 악재 해소로 수세 국면에서 탈피,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임기 후반기의 국정운영 동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어른거리던 탄핵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며 2020년 대선을 향해 재집권 플랜 가동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특검수사 마무리가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어떤 '함수관계'를 가질지도 주목된다. 북측이 미국의 대북제재 후 얼마 되지 않아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철수라는 초강수를 던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제재 철회'라는 올리브 가지를 내밀고 북측이 호응이라도 하듯 인원 일부를 연락사무소에 복귀시키는 등 북미 간 밀당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22일 특검 수사 보고서가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제출된 이후 침묵을 지켜오던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4시가 좀 안 된 시각, 바 장관이 의회에 전달한 서한 형식의 특검보고서 요약본 내용이 보도되기 시작하자마자 "공모도, 사법 방해도 없었다"며 "완전한 무죄 입증"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공개된 특검 수사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커다란 정치적 승리를 안겼다고 일제히 분석했다.

CNN방송은 '트럼프의 대통령직이 새 시대(new era)로 접어들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비판론자들은 특별검사가 대통령에게 엄청난 정치적 선물(a huge political gift)을 건넸다고 느낄 것"이라며 그가 그동안 공격했던 특검 수사가 그토록 원했던 것을 안겨줬다고 보도했다.

CNN은 "대통령이 2016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비판론자들의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는 승리를 거뒀다"면서 "시작부터 자신의 대통령직을 옥좼던 음모로부터 벗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수사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한 정치적 승리'를 가져다줬고, 취임선서 직후부터 그의 대통령직에 드리웠던 구름을 걷어냈다"고 평가했다.

일단 탄핵론은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보고서 전체 내용 공개 등 '포스트 특검' 국면의 전개 상황에 따라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 아니면 '태풍의 눈'으로 재부상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장 민주당은 보고서의 전면 공개를 요구, "대법원까지 가겠다"며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어 대선 정국에서 후폭풍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CNN은 진단했다. 만약 작년처럼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면 이번 보고서 제출로 상황이 종료됐겠지만, 민주당이 의회 차원에서 특검 보고서 전체 공개를 요구하고 자체 조사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는 '사법 방해 혐의'에 대해 특검이 판단유보를 함에 따라 그 불씨도 계속 살아있는 상황이다.

이번 특검 수사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대북 행보에 일단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그늘에서 벗어나 탄핵론의 고비를 넘긴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요소라는 변수에서 벗어나 대북 정책을 펴는 데 보다 집중할 수 있고 운신의 폭도 커지게 됐다는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적 악재 해소에 따른 입지 확대를 발판으로 대북 드라이브에서도 보다 주도권을 확고히 쥘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만약 이번에 공모나 사법 방해 혐의 중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됐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탄핵론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코너에 몰릴 수 있는 처지였다. 이 경우 대북 정책 등 다른 이슈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담판 결렬 후 정상회담 기간 마이클 코언 전 변호사의 '러시아 스캔들' 관련 청문회가 열렸던 것을 거론,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내가) 걸어 나오게 하는 데 기여했을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물론 직접적 상관관계가 성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지만,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이 북미 관계에서도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운신의 폭 확대가 대북 정책의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지난 22일 대북 추가제재 철회 방침을 밝히며 교착국면을 뚫기 위한 '톱다운 해결' 의지를 재확인한 연장 선상에서 북한을 향해 보다 적극적인 유화 메시지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번 제재 철회 파동에서 보듯 대북 노선을 둘러싼 행정부 이견이 적지 않게 노출돼온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구심력이 강화됨에 따라 '톱다운 드라이브'도 보다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내부의 반발과 정책 혼선 논란을 무릅쓰고 추가제재 철회 카드를 던지며 대북 유화 메시지를 던졌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협상 궤도이탈을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추가제재 철회 방침을 밝힌 이후 '화답'이라도 하듯 남북연락사무소에 북측 인원 일부를 복귀시킨 북측을 향해 어떠한 추가적 메시지를 보낼지도 관심을 끈다.

그러나 오히려 핵·미사일 실험 재개 차단 등에 주력했던 수세적 태도에서 벗어나 북한의 태도에 따라 압박 강화 기조로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옥죄고 있는 가운데서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경우 그야말로 더더욱 코너에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 관리 차원에서 북한 달래기에 나서왔다는 분석도 미 조야 일각에서 제기돼온 게 사실이다.

여기에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대북 드라이브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량권 행사'가 현실적으로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대선 가도에서 대북 성과를 대표적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려고 한다는 점에서 국내 상황이 당장 주요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북 문제를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보다 '긴 호흡'으로 풀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일각에서 나온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