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말레이, '팜오일 퇴출 추진' EU에 무역보복 등 경고

입력 2019-03-25 10:59
인니·말레이, '팜오일 퇴출 추진' EU에 무역보복 등 경고

말레이 "유럽제 대신 中 전투기 구매 가능"·인니 "무역 보이콧 고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열대우림 훼손 등을 이유로 바이오디젤 원료에서 팜오일을 퇴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동남아 원산국들이 무역보복까지 거론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25일 국영 베르나마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에서 유럽 국가들을 배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하티르 총리는 "그들이 (팜오일과 관련해) 우리를 상대로 계속 조처를 할 경우 우리는 중국이나 여타 국가에서 비행기를 사는 방안을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노후한 미그-29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프랑스제 전투기인 라팔이나 유로파이터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 왔는데 이를 백지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EU 의회가 2030년부터 운송 연료에서 팜오일을 단계별로 퇴출하는 방안을 작년 6월 의결한 이후 전 세계 팜오일 생산량의 85%를 차지하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EU와 무역분쟁을 벌일 조짐을 보여왔다.

팜오일 가격이 급락하면서 팜 농장을 운영하는 농민들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루훗 판자이탄 인도네시아 해양조정부 장관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에서만 최소 1천760만명의 소규모 자작농이 팜오일 생산에 관여하고 있다"면서 "팜오일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은 이들을 빈곤에 빠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EU가 팜오일보다 10배 이상 더 많은 토지가 있어야 하는 대두유는 받아들인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이중잣대"라면서 "우리는 EU 제품의 구매를 보이콧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훗 장관은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작년 9월 팜 농장 신규 설립을 3년간 금지한다는 대통령령에 서명한 것을 예로 들면서 팜오일 생산국들도 환경파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EU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세계 최대 팜오일 시장인 EU는 2015년 기준으로 연간 670만t의 팜오일을 수입했고, 수입한 팜오일의 40%가량을 바이오 연료 원료로 사용했다.

하지만, 팜오일 농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1990년 이래 인도네시아에서만 31만㎢에 달하는 열대우림이 벌목돼 사라지는 등 환경 훼손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EU에선 팜오일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바이오 연료에 쓰일 농작물 재배를 위해 열대우림이 파괴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팜오일 사용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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