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특검 '트럼프-러시아 공모' 못찾아…사법방해 혐의는 판단유보(종합3보)
美법무, 4쪽짜리 '특검수사 요약본' 의회 제출…'결정적 한방' 없어
특검, 사법방해 "무죄입증도 아냐"…법무장관 "증거 불충분 결론"에 민주 반발
일단 '면죄부' 트럼프 "완전한 무죄입증"…민주 전면공개 공세속 대선정국 후폭풍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임주영 특파원 = 미국 로버트 뮬러 특검팀은 지난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그의 캠프 측이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팀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에 관해서는 유무죄 판단을 유보했으나, 법무부는 특검 수사 결과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죄를 범하지 않았다고 자체 결정했다.
사법당국의 이런 결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대한 정치적 승리를 안겨준 동시에, 민주당 일각에서 거론돼온 대통령 탄핵 논의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관측된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상·하원 법사위에 제출한 특검 수사결과 보고서 요약본에서 "특검 수사는 트럼프 캠프나 캠프와 연계된 어떤 인사도 러시아가 2016년 미 대선에 영향을 끼치려는 노력과 관련해 러시아와 공모하거나 협력했다는 사실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가짜 정보를 퍼뜨리는 등의 소셜 미디어 공작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캠프 등 민주당 조직을 겨냥한 해킹 작전 등 두 갈래로 '대선 개입' 공작을 펼쳤으나 여기에 트럼프 캠프 관계자가 공모 또는 협력한 사실은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바 장관은 뮬러 특검이 트럼프 캠프측의 공모나 협력 사실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강조하면서 "러시아와 연계된 개인들로부터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돕겠다는 다수의 제안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요약본은 4장 분량의 서한 형식으로, 민주당 소속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수사 결과 보고서 관련 요약본을 '매우 간단한 서한' 형태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제출받았다고 확인했다.
뮬러 특검팀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확정적 답'을 내놓지 않았다.
바 장관은 사법 방해 혐의와 관련, "특검이 '이쪽이다 저쪽이다' 결론을 내지 않았다"고 요약본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그 판단에 대해 자신과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에게 남겨뒀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이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죄임을 밝히는 것도 아니다"고 언급했다고 바 장관이 전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뮬러 특검팀이 이 이슈에 대해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특검팀이 사법방해 의혹과 관련한 판단을 유보한 것을 놓고 법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해석을 내놨다.
바 장관은 서한에서 "이 보고서는 우리가 판단하기에 사법 방해적 행위를 구성하는 어떠한 행동도 찾지 못했다"며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과 나는 특검의 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증거들은 대통령이 사법 방해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확립하기에 불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바 장관은 또 뮬러 특검이 어떠한 추가 기소도 권고하지 않았다고 밝혀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측근이 기소될 수 있다는 세간의 추측을 부인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특검은 어떤 공모도 어떤 사법 방해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바 법무부 장관과 로즌스타인 부장관은 더 나아가 어떤 사법 방해도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내들러 위원장이 "특검 보고서와 법무부 장관의 결론 사이에 매우 우려스러운 괴리가 있다"며 반발, 조만간 바 장관을 증언대에 세우겠다고 벼르는 등 논란이 예상된다.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로 불려온 이번 사건의 양대 쟁점인 트럼프 측과 러시아의 내통 의혹 및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의혹 모두 명쾌하게 입증되지 못함에 따라 일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신을 옥죄던 '족쇄'에서 어느 정도 풀려나 재선 가도를 향한 재집권 플랜 가동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특검보고서 요약본 내용이 알려진 직후 트윗과 기자 일문일답을 통해 "공모도 사법 방해도 없었다"며 "완전하고 전면적인 무죄 입증"이라고 자평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미국 대통령과 우리의 선거운동에 대한 완전한 옹호"라며 반색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활동 중인 루디 줄리아니는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좋은 보고서"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며 특검 자료의 전면적 공개를 요구하며 대대적 정치 쟁점화를 이어갈 기세여서 향후 대선 정국에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 바 장관이 특검 보고서에서 가능한 한 많은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아울러 바 장관이 작년 6월 특검 수사를 비판하는 내용의 메모를 보낸 사실을 언급하며 "보고서에 대해 객관적인 결정을 내릴 위치에 있지 않다"고 공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다음 단계의 대응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전화회의를 했으며, 특검 보고서와 조사 자료를 대중에 공개하라는 요구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민주당은 하원 주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의혹을 둘러싼 의회 조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외신들은 내다봤다.
앞서 뮬러 특검팀은 지난 22일 바 법무부 장관에게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수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바 법무부 장관은 주말 동안 그 공개 범위에 대해 검토작업을 벌여왔다.
이로써 뮬러 특검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는 22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종지부를 찍었지만, '트럼프 대 반(反) 트럼프'간 명운을 건 일전이 펼쳐질 차기 대선정국에서 그 여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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