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나치전범 아이히만 체포' 모사드 전설적 요원 별세

입력 2019-03-24 16:05
'홀로코스트 나치전범 아이히만 체포' 모사드 전설적 요원 별세

1960년 작전 책임자 라피 에이탄…이스라엘 대통령 "용감한 전사 잃었다" 애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의 실무 책임자였던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 체포 작전을 이끌었던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전설적인 요원 라피 에이탄이 23일(현지시간) 향년 92세로 숨졌다.

현지 매체를 비롯한 세계 주요 언론은 에이탄이 이날 오후 이스라엘 텔아비브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으나 이밖에 자세한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에이탄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창설 초기 영향력 있는 역할을 했으며, 이스라엘 정보기관 인사 중 가장 유명한 인물로 꼽힌다.

특히 모사드에 재직하던 1960년 '나치 홀로코스트의 설계자'로 불리는 아이히만 체포 작전을 이끌었다.

나치 친위대 중령으로 유대인 대학살 계획인 이른바 '최종해결'의 실무 책임자 격이었던 아이히만은 2차 세계대전 후 전범수용소를 탈출, 1950년 아르헨티나로 도피했으나 1960년 5월 모사드 요원들에게 붙잡혔다.

이스라엘로 압송된 아이히만은 이듬해 이스라엘 법정에서 반인도 범죄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고 처형됐다.

AP통신은 아이히만을 붙잡아 법정에 세운 이 작전은 모사드의 가장 역사적인 임무였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외무부에 따르면 에이탄은 1981년 이라크 오시라크 원자로 폭격을 이스라엘이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도 관여했다.

이후 에이탄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라캄'을 이끌었으나 미국 해군 정보 분석가 조너선 폴러드를 둘러싼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사임해야 했고, 이 기관도 이 사건으로 해체됐다.

당시 미국 국방부에 근무하던 폴러드는 이스라엘에 미국 군사 기밀을 팔아넘긴 혐의로 1985년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악화시켰고, 에이탄의 명성도 타격을 입었다.

에이탄은 이후 사업에 발을 들였다가 정계로 진출해 2006년 의원에 당선됐고,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정부에서 연금장관을 지냈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에이탄의 사망 소식에 "우리는 용감한 전사를 잃었다"면서 그가 이스라엘 안보에 기여한 사실은 후대가 배우게 될 것이라고 애도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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