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소리로 단서를 찾는다…독창적 스릴러 '더 길티'

입력 2019-03-24 11:54
오직 소리로 단서를 찾는다…독창적 스릴러 '더 길티'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긴급신고센터에서 일하는 경찰 아스게르. 퇴근을 얼마 앞두고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심상치 않은 여자 목소리. 마치 아이에게 전화를 건 듯이 말한다. 아스게르는 여자가 납치됐음을 직감하고 여자를 구하고자 절차를 무시하고 단독 행동에 나선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더 길티'는 다소 독특한 형식의 스릴러 영화다. '소리 추적 스릴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영화는 88분 러닝타임 내내 한 공간에서 전화를 걸고 받는 아스게르 모습만 극단적인 클로즈업으로 보여준다. 그가 긴장하거나 분노하는 모습,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리로만 상황을 짐작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울먹이는 여자 음성, 잔뜩 화가 난 남성 목소리,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엔진음, 차창 빗물을 닦아내는 와이퍼 작동음 등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고 집중하게 된다.

아스게르와 일체화해 상황실에 앉아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실제 눈앞에 보이는 것은 그의 얼굴뿐인데, 머릿속에서는 전화기 너머 상황이 그려진다. 상황을 귀로 듣는데, 본 것 같은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아스게르는 납치된 여성의 어린 딸과 전화로 그 여성이 전남편과 크게 다툰 뒤 납치된 사실을 알아챈다. '아빠가 엄마를 해치지 않게 도와달라'는 6살 아이의 다급한 목소리에 아스게르의 손길도 분주해진다. 교환을 연결해 범행 차량으로 의심되는 차량에 순찰차를 보내고, 납치범 집에 동료 경찰을 급파한다. 그렇게 조금씩 사건 전모가 드러나는가 싶더니 기막힌 반전이 허를 찌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가 상상력을 자극하고, 불안과 공포를 키우며 편견을 싹트게 한 탓이다.



이 작품은 한정된 공간에서, 그것도 목소리로만 극을 이끌고 가는 실험적인 영화라는 점에서 '더 서치'를 떠오르게도 한다. 국내 관객에게는 다소 낯선 덴마크 영화지만, 국적과 관계없이 스릴과 긴장을 느낄 수 있다.

사건의 긴박함이 소리로 생생하게 전해져 지루할 새가 없다. 성급한 감정이입으로 타인을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 역시 강렬하게 다가오는 편이다.

스웨덴 출신 구스타브 몰러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제34회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는 등 유수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감독은 실제 납치된 여성이 암호를 통해 상황실과 이야기하는 911 호출 녹음 동영상을 보고 시나리오를 떠올렸다고 한다. 덴마크 배우 야곱 세데르그렌이 눈빛과 근육, 목소리 등으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에서도 리메이크가 결정됐다. 유명 배우 제이크 질렌할이 제작과 주연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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