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기업 야반도주 파문에 인니 교민사회 "자정 노력" 다짐

입력 2019-03-23 17:05
수정 2019-03-23 19:34
한인기업 야반도주 파문에 인니 교민사회 "자정 노력" 다짐

퇴직금 지급 대비 적립·한계기업 폐업시 조기지원 제도 등 논의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한인기업 대표의 야반도주와 임금체불로 인한 파문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현지 한인사회가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자정 노력에 나섰다.

재인도네시아 한인상공회의소(KOCHAM)는 23일(현지시간) 자카르타 시내 사무실에서 '한인기업 윤리제고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한국봉제협의회(KOGA),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주아세안 한국대표부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석한 공청회에선 한인기업의 야반도주 실태와 원인, 예방을 위한 실질적 방안 등이 논의됐다.

KOGA 회장을 겸하고 있는 박재한 한인회장은 "오너가 책임감 없이 한국으로 돌아간 것은 도덕적 측면에서 충분히 문제가 된다. 그런 일이 재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부터 인도네시아 진출을 본격화한 한국 봉제업체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채산성이 악화해 왔다.

서(西)자바 주에 밀집해 있던 한인 봉제업체 일부는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했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않는 영세 업체들은 파산할 처지에 놓인 경우가 많다.

KOGA의 김동석 사무총장은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제대로 임금을 주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기업이 많다"면서 따뜻한 겨울 날씨 등의 영향으로 대량의 재고가 쌓인 만큼 올해 5월 전후 또다시 야반도주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참석자들은 인도네시아 내 한인기업 전반을 악덕 기업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를 경계하면서도, 시대상의 변화에 걸맞게 기업윤리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한 참석자는 "한인기업 전반이 나쁜 행실을 하고 있다는 (노동계의 주장은) 상당히 왜곡됐지만, 이 나라 법규를 최대한 준수하는 쪽으로 기업윤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오랫동안 기업을 운영하려면 기업인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폐업을 할 경우 최대 분쟁요소가 되는 퇴직금 지급을 대비해 연 매출의 5% 내외를 매년 사외에 적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과, 한계기업 폐업 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기 지원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편, 인도네시아 노동계는 서(西)자바 주의 봉제업체 SKB의 대표 A씨가 작년 10월 잠적한 사건을 대대적으로 이슈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A씨는 미지급된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6억5천만원을 마련해 송금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 측이 요구하는 금액에 미치지 못해 쉽게 합의점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지 법원은 내달 22일 SKB의 청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지 일각에선 SKB 문제 해결이 지연될 경우 2012년 삼성전자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했을 당시 무노조 경영에 반발한 노동계가 한국 노동·인권단체와 연대해 1년이 넘게 집회를 벌였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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