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호주 의무투표제 현장…NSW주 총선 투표장 유권자 장사진
투표장 주변서 선거운동 가능…투표율 높지만 '묻지마 투표' 문제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자유국민연합과 노동당 양대 정당이 박빙의 선거전을 펼쳐온 호주 뉴사우스웨일즈(NSW)주 총선은 23일(현지시간) 투표 당일까지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한 총력전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2개의 초대형 사이클론 동시 접근으로 초비상 상태인 호주 북부지역과는 달리 이날 NSW주의 날씨는 쾌청했다.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 이민자가 밀집한 에핑·라이드 투표소 중 하나인 이스트우드 공립학교를 찾았다.
출마 후보자들의 선거 포스터로 도배하다시피 한 학교 울타리는 이번 선거의 치열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투표하러 온 시민들이 기표소까지 긴 줄을 서고 있었다.
유권자들이 몰리는 오전 시간대에는 투표를 하려면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사실 의무투표제를 시행하는 호주에서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하므로 통상 투표율이 95% 안팎으로 매우 높다.
하지만 정치에 무관심한 유권자들이 마지못해 투표장에 나와서 묻지마 투표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의무투표제를 '당나귀 투표'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민들이 기다리는 줄 좌우로 각 당 운동원들이 선거 홍보물과 기표 안내카드를 나눠주느라 분주했다.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듯한 유권자다 싶으면 자당의 공약과 후보를 알리려고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노동당의 선거운동원 중에 크리스티나 키넬리(50) 연방 상원의원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키넬리 의원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NSW주 노동당 정부를 이끈 NSW주 최초의 여성 주 총리였다.
TV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다가 2017년 12월 에핑·라이드가 포함된 베넬롱 연방 선거구 보궐선거에 노동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그 뒤 샘 다스티아리 연방 노동당 상원의원이 친중국 행보 의혹으로 사임하자 2018년 2월 그 직을 승계했다.
연방의원이 주 총선 투표소까지 선거운동에 나선 이유를 묻자 "현직 여당 의원들에게 도전하는 노동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면서 "유권자들의 반응이 좋아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은 이번 주 총선에 대한 견해를 솔직하게 밝혔다. 그 중에는 의무투표제 때문에 마지못해 나왔다는 유권자도 있었으나 정치적 견해가 분명한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중국 광둥성 출신으로 1999년 호주로 이민을 온 리킹 리(55) 씨는 대뜸 "노동당의 경제 정책은 엉망"이라면서 "호주를 부유하게 만들 능력이 없는 정당"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호주의 의무투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표는 당연하다"면서 "투표를 안 할 자유가 있다고 대신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라이드에 사는 리안(30) 씨는 "사실 정치와 투표에 별 관심이 없지만, 의무투표라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어느 후보를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환경문제에 소극적인 양대 정당 모두에게 실망했다"며 친환경정책을 표방하는 정당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피타 보이드(65) 씨는 "이번 선거는 NSW주가 직면한 과잉개발, 인구과밀, 보건의료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준비하는 중요한 선거"라고 역설한 뒤, 의무투표제에 대해서는 "정치 무관심층의 묻지 마 투표 경향을 만든다"면서 반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투표를 기다리는 유권자들을 향해 무소속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톰 리바노스(42) 씨는 "기존 주요 정당들은 자기들의 이익만 극대화하기 위해 애를 쓴다"면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의회에 전하려면 무조건 무소속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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