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못 속여!…'서동원 아들' 서종민, 독일 축구서 무럭무럭

입력 2019-03-23 07:59
수정 2019-03-23 08:15
피는 못 속여!…'서동원 아들' 서종민, 독일 축구서 무럭무럭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 따라 독일 건너간 뒤 현지 유스팀서 활약

한국 U-17 대표팀 소집훈련 마치고 24일 다시 독일로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지난 11일부터 22일까지 전남 보성군 벌교축구센터에 모여 훈련한 17세 이하(U-17) 대표팀 명단을 보면 소속팀 때문에 유독 눈길이 가는 선수가 있다.

바로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U-17 팀에서 뛰는 공격수 서종민(17)이다.

대표팀에 소집돼 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서종민은 축구 강국 독일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는 기대주다.

더구나 서종민에게는 축구 국가대표의 유전자가 있다. 그의 아버지는 K리그에서 활약하고 태극마크도 달았던 서동원(44) 옛 안산무궁화프로축구단의 코치다.

선수 시절 미드필더였던 서 전 코치는 축구 센스와 근성, 특히 빼어난 왼발 킥 능력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으며 연령대별 대표를 두루 지냈다.

연세대를 졸업한 1998년 대전 시티즌 유니폼을 입고 K리그 무대에 오른 그는 수원 삼성, 전북 현대, 광주 상무, 인천 유나이티드, 성남 일화, 부산 아이파크를 거치면서 2010년까지 프로 통산 273경기에서 16득점 14도움의 성적을 남겼다.

대전에서 수원, 수원에서 전북으로 옮길 때는 당시 국내 이적료로는 최고액인 5억원씩을 전 소속팀에 안겼다.

아울러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표로 뽑히는 등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도 7경기에 나서서 1골을 넣었다.



서 코치는 은퇴 후인 2011년 초 지도자 공부를 위해 독일로 떠났다. 약 두 달 뒤 그의 아내와 세 아들도 독일로 건너갔다.

삼형제 중 당시 우리 나이 열 살이었던 둘째 서종민이 본격적으로 축구선수의 꿈을 꾸게 된 해였다.

서 코치에 따르면 한국에 있을 때 삼형제 모두 취미로 축구를 했다. 그러나 서종민이 축구에 대한 열정이나 근성 등에서 도드라졌다고 한다. 주위에서 '종민이가 아빠를 쏙 빼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을 정도였다.

독일에서 뭉친 치 얼마 안 돼 서 전 코치 가족의 눈에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유스팀 공개 테스트 공고가 들어왔다.

서종민은 바로 지원서를 냈다. 그러고는 100명이 넘는 지원자 중 단 두 명을 뽑는 테스트에서 당당히 합격했다.

이후 서종민이 프랑크푸르트 U-10 팀을 시작으로 꿈을 키워가는 사이 서 코치는 다름슈타트에서 U-19 팀에 이어 U-23 팀 코치로 1년씩 활동하며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서 전 코치가 안산 코칭스태프의 일원이었던 2015∼2016년에 서종민은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들어와 중학교에 다니며 축구를 계속했다.

이후 2016년 말 다시 독일로 가서 아버지가 코치 생활을 했던 다름슈타트에서 뛰다가 지난해 6월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U-17 팀에 입단했다.

서종민은 2018-2019시즌 현재 소속 리그에서 17경기에 출전해 5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프랑크푸르트와 계약은 다음 시즌까지다. 하지만 이미 서종민을 지켜보고 있는 팀이 여럿이다.

서 코치는 "프랑크푸르트뿐만 아니라 샬케04,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 SC 프라이부르크 등 분데스리가 클럽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 팀이 원하는 것은 서종민과의 프로 계약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4강 진출로 오는 10월 페루에서 열리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출전권을 땄다.

김정수 감독이 이끄는 U-17 대표팀의 이번 소집훈련에 소속 구단은 대한축구협회의 선수 차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는 서종민의 대표팀 합류를 허락했다.

그 덕분에 지난해 10월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있던 서 코치는 약 5개월 만에 아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서 전 코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사이 아들이 또 성장했음을 봤다. 그는 "아버지가 아닌 축구 선배로서 기준치보다는 약간 모자란다고 생각해 왔는데,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는지 좀 더 성숙해진 것 같다"고 대견스러워했다.

그래도 아들은 아직 더 커야 한다.

서종민의 주 포지션은 섀도 스트라이커다. 원톱, 윙포워드로도 뛸 수 있다.

서 전 코치는 "기본기는 어느 정도 다져졌다고 해도 포지션에 맞는 플레이, 팀과 지도자가 원하는 것을 채우는 영특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경기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번 대표팀 소집훈련이 그래서 서종민에게는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도 했다.

아버지의 바람을 잘 아는 아들은 꿈을 더 키우러 24일 독일로 돌아간다.

hosu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