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론에 모잠비크 '베이라' 초토화…도로 끊기고 정전"
구호단체 기아대책 관계자 밝혀…"도시 마비 상태…물가급등에 약탈상황 우려"
(마푸투<모잠비크>=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도시가 정말 초토화됐습니다. 나무와 전신주들이 다 꺾이고 집 지붕의 기왓장들이 날아가는 등 도시 대부분이 마비 상태입니다."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의 이상범 목사와 한유진 간사는 22일(현지시간) 밤 남부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투 국제공항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사이클론이 할퀴고 간 동부 항구도시 베이라의 피해 상황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목사와 한 간사는 지난 20일부터 2박 3일 동안 구호 활동을 위해 베이라를 찾아 사이클론 피해 상황을 직접 살폈다.
한국인 구호단체 관계자들이 사이클론 '이다이'가 덮친 베이라를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기아대책은 앞으로 베이라 지역의 이재민들에게 위생물품과 식량 키트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 목사는 "지금 베이라는 완전히 고립됐다"며 "도로가 완전히 차단되고 전기도 없다"고 현지의 처참한 상황을 전했다.
또 "구조단이 현재 100여명이고 구조헬기가 10여대인데 넓은 침수지역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식량 부족, 추위 등으로 고립된 이들이 생명의 위협을 극히 느끼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4일 오후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이다이가 베이라에 상륙한 뒤 모잠비크에서는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모잠비크 정부는 22일 이다이로 인한 사망자가 293명까지 늘었다고 발표했고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공산이 크다.
모잠비크에서 침수 등으로 고립된 채 구조를 기다리는 주민은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목사는 베이라에서 물품 부족에 따른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베이라에서 사람들이 조금씩 움직이고 가게도 조금씩 열고 있지만, 물가가 2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며 "물자가 제한된 상황에서 약탈 등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베이라 내 침수지역에서 말라리아, 콜레라 등 전염병에 대한 공포도 작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은 베이라에서 콜레라 발병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불과 2∼3일 전까지 질병은 위험 수위는 아니었는데 이제 점차 (질병이) 발견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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