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후배들 자리 빼앗을까봐 고민했는데…"
볼리비아전 '천금 헤딩골'…2년 6개월 만에 A매치 득점
구자철·기성용 대표 은퇴 이후 '고심'…"후배들 생각에"
(울산=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이후 기성용(30·뉴캐슬),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이 떠난 축구 국가대표팀의 첫 경기에서 이청용(31·보훔)이 '베테랑의 품격'을 보이며 승리를 이끌었다.
이청용은 2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후반 40분 결승 골을 터뜨려 1-0 승리에 앞장섰다.
이청용의 88번째 A매치에서 나온 9번째 골이다.
그가 태극마크를 달고 골 맛을 본 건 2016년 9월 중국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에선 경기 이후 2년 반 만이다.
특히 이날 그의 헤딩골은 팀이 수없이 골문을 두드리고도 한 끗이 부족해 무득점에 시달리다 0-0 무승부 기색이 짙어질 때 터진 결정적 한 방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이청용은 "크로스가 워낙 좋았다. 파울을 하더라도 공을 따내자는 생각이었는데, 운 좋게 들어갔다"며 "오랜만에 골을 넣어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잉글랜드 크리스털 팰리스를 떠나 지난해 9월 독일 2부리그에 새 둥지를 튼 이후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은 그는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지난해 11월부터 계속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중심을 잡고 있다.
이청용은 같은 세대인 기성용과 구자철이 최근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것을 보며 사실 자신도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저 역시 생각이 많았다. 구자철과 기성용이 워낙 대표팀에서 역할이 큰 선수들이었기에 자칫 흔들릴 수 있던 상황이었다. 저마저 빠지면 후배들이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벤투 감독님과 같이하는 것이 즐겁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면서 "제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고, 몸이 허락하는 한 국가대표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후반 교체 투입돼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하며 여전히 영향력 있는 선수라는 걸 증명한 그는 몸 상태와 기량이 허락하는 한 후배들과 함께할 참이다.
이청용은 "예전엔 제가 있음으로써 후배들 자리를 빼앗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이제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카타르 월드컵은 모르겠지만, 바로 다가오는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몸 상태나 경기 감각은 걱정이 없다. 장거리 이동은 나이가 들수록 버거워질 수는 있겠지만, 아직은 괜찮다"면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경기를 돌아보면서 그는 과거의 자신처럼 장기 부상 공백을 겪다 모처럼 복귀한 후배 권창훈(디종)을 특히 챙겼다.
이청용은 "창훈이는 워낙 훌륭한 선수라,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큰 부상 이후 복귀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 잘 안다"면서 "오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좋은 컨디션으로 복귀해 기분이 좋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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