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의식했나…北인권결의 외교부 논평 올해는 '생략'

입력 2019-03-22 23:31
수정 2019-03-22 23:50
남북관계 의식했나…北인권결의 외교부 논평 올해는 '생략'

문재인 정부 출범후 처음인 작년 채택땐 환영 논평 발표

'하노이 결렬'후 北 대남불만 표출 흐름속 남북관계 관리 의식한듯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외교부는 유엔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결의 채택시 발표해온 대변인 명의 논평을 올해는 건너뛰었다.

외교부는 22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제40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결의가 투표 없이 컨센서스로 채택됐다"며 결의안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짤막하게 소개했다.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지는 않았다.

근년들어 유엔인권이사회가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할 때마다 외교부 대변인 명의 공식 논평을 통해 환영 입장을 밝혀왔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외교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지난해 3월 23일에도 대변인 논평을 내고 "북한 인권 결의가 컨센서스(표결없이 동의)로 채택된 것을 환영한다"며 "정부는 북한 인권 상황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지속적인 노력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2017년에도 역시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냈다.

2009∼2014년에는 논평이 아닌 보도자료를 통해 유엔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 채택 소식을 전하며 한국 정부의 평가를 함께 담았다. 그 이전 시기 관련 자료는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지 않다.

올해 외교부의 이와 같은 기조 변화에서는 북한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측을 향해 아쉬운 소리를 쏟아내는 미묘한 상황을 의식해 말을 아끼는 듯한 뉘앙스가 읽힌다.

특히 북한이 이날 오전 '상부의 지시'라며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인력을 철수하는 등 대남 불만을 행동으로 옮긴 상황에서 남북관계 상황을 관리하려는 차원으로 받아들여 진다.

실제로 북한은 인권 결의 관련 우리 정부의 입장에 반발한 적이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4월 4일 논평에서 한국 외교부 대변인이 내놓은 환영 입장을 언급하며 "우리에 대한 정치적 도발이며 대화 분위기에 역행하는 용납 못 할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국제사회 보편적 어젠다인 인권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공식적 입장 표명이 북한 인권 상황이 아닌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유엔인권이사회는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국에서 열린 제40차 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표결없이 합의로 결의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2003년 유엔인권이사회 전신인 인권위원회에서 처음 채택된 뒤 올해까지 17년째 연속 채택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자 "정부는 인권은 보편적 가치로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 나간다는 기본 입장에 따라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결의 채택에 참여해 왔으며, 이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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