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결렬에 직격탄 맞은 남북관계, 대화협력도 멈춰설 듯

입력 2019-03-22 18:17
수정 2019-03-22 19:34
북미회담 결렬에 직격탄 맞은 남북관계, 대화협력도 멈춰설 듯

화상상봉 등 당면현안 '스톱'…"南에 대미설득 우회 압박"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침묵하던 북한이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돌연 철수하면서 한반도 정세 경색의 '직격탄'을 남북관계가 맞게 됐다.

북측은 이날 오전 9시 15분께 남북 연락대표간 접촉을 통해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을 남측에 통보하고 상주하던 인원 전원이 철수했다.

개성 연락사무소은 남북 간의 상시 연락채널로, 남북은 통상 오전과 오후 연락관 접촉에서 문서교환 협의 등을 통해 남북관계 현안을 논의해왔다.



아울러 매주 금요일 열리는 남북 소장회의는 남북간 중요한 현안을 협의하는 주요 통로로 기능했다.

이런 연락사무소를 통한 소통 채널이 끊기면 당분간 남북한 대화·협력도 멈춰설 수밖에 없다.

가장 당면한 문제는 이산가족 화상상봉이다.

정부는 남북 정상의 9월 평양선언 합의사항인 화상상봉 개최를 위해 국제사회의 제재면제까지 모두 마치고, 국내 입장정리 등을 통해 조만간 북측에 상봉 협의를 제안할 예정이었지만 북한의 전격적 철수로 당분간 논의 진행 자체가 어려울 전망이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산가족의 화상상봉 등의 부분들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하기가 조금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개성의 고려 왕궁터인 만월대 발굴 재개나, 지난해까지 논의돼 온 남북간 철도·도로 협력 등 다른 교류협력 사업들도 진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지난해 9월 개소한 이후 남북간 기존 연락채널이던 판문점 채널은 남북간 현안 협의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판문점 채널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확인할 것"이라며" 기타 그 밖의 채널도 있으니 계속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북측의 연락사무소 철수는 단순한 연락채널 단절을 넘어 남북관계, 북미관계에 대한 북측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북미관계 냉각 국면에서 남북관계를 중단시켜 남측뿐 아니라 미국까지 압박하려는 의도가 짙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가 그동안 북미 협상의 '중재자', '촉진자'를 자임해 왔지만, 북미관계의 불똥이 도리어 남북관계에 가장 먼저 튄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에 대한 우회적 시위"라며 "문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하라는 압박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은 대외 선전매체들을 내세워 남북 정상선언 이행에 남측이 '당사자'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선전매체 '메아리'는 22일 "미국에 대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할 말은 하는 당사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남측에 촉구했다.

최근 철도·도로 협력이나 타미플루 지원 등 남북교류는 일일이 국제사회의 제재면제 절차를 밟으며 천천히 진도를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북한의 불만이 누적된 것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북한 입장에서는 최근 한반도 해빙과 미국과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에 많이 의존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하노이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고 북미관계가 악화하면서 오히려 북한 입장에서는 남측에 섭섭함이나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 정상 간 합의 이행과 관련해서 결국 미국 변수가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과 관련해서 우리 정부가 특단의 결단을 내리고 미국을 설득하라는 압박성 시위"라고 말했다.

정부도 북한의 이번 결정 배경과 남북, 북미관계에 대한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방향을 숙의할 것으로 보인다.

천해성 차관은 판문점 선언 내용인 연락사무소 철수가 남북간 합의 파기냐는 질문에 "합의 파기라고까지 저희가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며 "어떤 상황인지 저희도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파악을 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