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과 디아스포라, 내 안의 DNA와 공명했죠"

입력 2019-03-24 08:00
"아리랑과 디아스포라, 내 안의 DNA와 공명했죠"

작곡가 양방언, KBS 다큐 '아리랑 로드' 참여…29일 첫 방송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크로스오버 작곡가 양방언(59)은 '무(無)경계 음악가'로 불린다.

장르와 국적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을 만든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제주도 출신 아버지와 신의주 출신 어머니를 둔 재일한국인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 자신이 코리안 디아스포라(본토를 떠나 전 세계로 흩어져 살아가는 민족)이기도 한 그는 오는 29일 방송 예정인 KBS 1TV 3·1운동 10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아리랑 로드'에 참여했다.

양방언은 이전에도 KBS 1TV '도자기', '차마고도' 등 다큐멘터리에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가 직접 출연과 음악 감독까지 겸한 다큐멘터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송파구 신천동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양방언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 굉장한 행운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날 인터뷰엔 연출을 맡은 류송희 KBS PD도 함께했다.

"도자기나 차마고도에 개인적인 관심은 있었어도 저와는 사실 연관이 없던 테마였어요. '아리랑 로드'는 제 안의 DNA라고 할까요. 제 속에 있는 중요한 부분과 공명하는 테마라서 참여한다는 게 엄청난 행운이었죠."



'아리랑 로드' 프로젝트는 강원도 정선군에서 시작했다. 정선군은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의 연구를 토대로 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KBS에 의뢰했다. 한국인 이민사와 아리랑을 결합한 3부작 음악 다큐멘터리 '아리랑 로드'는 그렇게 탄생했다.

양방언은 이 다큐 촬영을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 바이칼호, 카자흐스탄 바스토베까지 고려인의 강제 이주 여정을 따라갔다. 류 PD는 "9일 동안 6천㎞를 달렸다"고 전했다.

여정에서 힘들었던 에피소드 등을 풀어내던 양방언은 "그래도 그 당시 고려인들이 겪었던 어려움,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고려인들이 느꼈던 것들 가운데 아주 일부라도 체험할 수 있었다는 데서 오는 영향이 커요. 돌아온 뒤 제 안에서 감정이 더 깊어지더군요. 시간이 흐를수록 몸 안에서 뭔가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것처럼요. 지금도 바스토베 언덕에 있는 고려인들의 공동묘지 이미지가 떠나지 않아요. 그곳에서 피아노를 친 건, 정말 일생에서 아주 중요한 경험으로 남을 것 같아요."



양방언은 여정을 떠나기 전 고려인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음악을 만들어 가져갔다. 바스토베에서 피아노로 연주한 그 곡은 나중에 한국의 민요 아리랑이 덧입혀져 다큐 '아리랑 로드'의 메인 테마, '아리랑 로드 - 디아스포라'가 됐다.

"떠나기 전에 만든 음악은 디아스포라 테마였고, 완성된 곡은 디아스포라 테마와 아리랑 테마가 공존해요. 작업하면서 저 자신도 디아스포라라는 사실을 재인식하게 됐습니다. 또 저뿐만이 아니라 세계에 디아스포라가 정말 많고, 그분들을 만나며 깊은 인상과 감동을 받았어요. 시청자분들께도 그런 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다큐와 자신의 음악이 과거의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우리가 향하는 곳은 미래잖아요. '이런 사실이 있었습니다' '고통스러웠습니다' 이렇게만 끝나지 않았으면 해요. 음악을 듣고 '이거 아리랑 같은데 뭐지?' 하면서 다가가게 되고, 그럼 이 곡이 왜 디아스포라인지 알게 되고, 그렇게 인식하고 이해해가면 좋지 않을까요. 음악이 끝난 순간 마음이 음악과 떨어져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프고 무겁지만 어디선가 힘이 나면서 뭐라도 해야 한다고, 했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든다면 참 좋겠습니다."

<YNAPHOTO path='AKR20190322155900005_04_i.jpg' id='AKR20190322155900005_0401' title=''아리랑 로드' 음악감독 양방언' caption='(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KBS 3.1운동 10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아리랑 로드' 음악감독 양방언이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공연장 대기실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3.24 <br>mj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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