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폐증 노동자 돕던 中 언론인 체포돼…당국 "재교육 필요"
中 당국, 실업난 등 악화하자 노동탄압 강도 높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심각한 직업병에 걸린 노동자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중국의 언론인들이 당국에 체포됐다고 홍콩 명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노동 문제를 다루는 중국 선전(深천<土+川>)의 온라인 뉴스 매체 '신생대(新生代)'의 편집인 웨이즈린(危志立)이 지난 20일 광저우(廣州)에 있는 그의 부모 자택에서 체포됐다.
또한, 신생대의 다른 편집인 한 명도 같은 날 실종돼 당국에 의해 구금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3년 창간된 신생대는 중국에서 가장 심각한 직업병인 진폐증 문제를 수차례 다루는 등 노동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기사를 많이 실어 당국에 '미운털'이 박혔다.
석탄 가루나 먼지 등을 장기간 마셔서 걸리는 심각한 폐 질환인 진폐증은 중국의 직업병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진폐증 등 폐 질환에 걸린 중국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이 600만 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후난(湖南)성 출신의 농민공 300여 명은 선전의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가 진폐증에 걸렸다며 시위와 함께 배상을 요구하다가 당국의 탄압을 받았다. 그 가운데 한 명인 왕자오강은 최근 사망했다.
신생대는 이러한 진폐증 문제를 많이 다뤄 당국의 감시를 받는 '요주의 매체'가 됐고, 지난 1월에도 이 매체의 주 편집인 양정쥔(楊鄭君)이 당국에 체포됐다.
웨이즈린의 아내이자 저명한 여성운동가인 정추란(鄭楚然)은 "남편이 체포될 당시 경찰은 험한 말을 쏟아내면서 집안 곳곳을 뒤졌다"며 "남편이 공공질서를 문란하게 했으므로 '재교육'을 해야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으로 중국의 경기하강이 뚜렷해지면서 노사 분규가 잦아지자 중국 당국은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선전시의 제조업체인 자스(佳士)과기공사의 노동자들은 지난해 5월부터 노조 결성을 추진했으나, 경찰의 탄압으로 수십 명이 체포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을 돕던 대학생들과 노동운동가들도 당국에 구금되는 등 고초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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