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기' 시위 주도한 美풋볼스타 캐퍼닉, 헐값 합의 논란

입력 2019-03-22 10:37
'무릎 꿇기' 시위 주도한 美풋볼스타 캐퍼닉, 헐값 합의 논란

WSJ "합의금으로 113억원도 못 받아…소송 이겼다면 1천억 받았을 것"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미국프로풋볼(NFL)에서 '국민의례 무릎 꿇기'(kneeling) 항의를 주도했던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전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NFL과의 합의금으로 1천만달러(약 113억원)에도 못 미치는 액수를 받기로 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캐퍼닉은 같은 팀 동료였던 에릭 리드와 함께 NFL을 상대로 담합 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국 합의로 마무리했다.

당시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번에 합의금 규모가 나온 것이다.

WSJ은 그러나 두 선수가 각각 얼마씩을 받았는지, 또 소송 비용을 공제한 뒤 실제 받을 액수가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당시 합의는 선수들의 승리로 여겨졌으나 이 둘이 법정에서 승리했다면 받았을 금액을 고려하면 외려 헐값 합의였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캐퍼닉이 끝까지 소송을 벌이고 결국 승소했다면 최대 9천만달러(약 1천17억원)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대 연봉이 약 1천500만달러인 캐퍼닉은 두 시즌 동안 구단과 계약하지 못했고, NFL이 선수 노조와 맺은 계약조건에 따르면 구단들의 담합으로 계약하지 못했을 경우 그 손실액의 3배까지 받을 수 있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지난달 합의 뒤 캐퍼닉은 NFL이 자신의 선수 이력에 끼친 손실을 배상하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캐퍼닉은 2016년 경찰 총격으로 흑인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항의 표시로 경기 전 국가 연주 때 일어서는 대신 무릎을 꿇었다.

이후 최대 200명이 넘는 NFL 선수들이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거나 주먹 쥔 손을 들어 올리는 식으로 동조하며 논란이 커졌다.

이듬해인 2017년 9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까지 가세해 이 같은 행동이 "비애국적"이라며 NFL 구단주들에게 무릎 꿇기를 하는 선수들을 해고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샌프란시스코로부터 2라운드 지명을 받은 캐퍼닉은 주전 쿼터백으로 활약하며 팀을 슈퍼볼 무대로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무릎 꿇기 시위 이후인 2017년부터 2년간 재계약에 실패하며 선수 생활을 중단했고, 2017년 NFL 구단들이 결탁해 무릎 꿇기 시위를 한 선수들과의 계약을 기피하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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