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과이도 인정 안하면 中주최 미주개발은행 회의 불참" 압박

입력 2019-03-22 09:53
美 "과이도 인정 안하면 中주최 미주개발은행 회의 불참" 압박

中 "마도로측ㆍ과이도측 대표 모두 배제" 주장…對베네수엘라 입장차 팽팽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한 나라 두 대통령'으로 정국이 혼란한 베네수엘라의 각기 다른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내주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미주개발은행(IDB)의 베네수엘라 대표 참석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가 IDB 대표로 지명한 인물을 중국이 배제한다면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미국은 지역 동맹국들과 합세해 이번 회의의 정족수를 채울 수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이 관리는 덧붙였다.

미국의 이러한 '엄포'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지지하는 중국이 정치적 이슈를 이번 회의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마두로 측과 과이도 측이 내세운 IDB 대표 모두를 초대하지 말자는 제안을 내놓은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IDB는 지난 15일 마두로가 베네수엘라 대표로 임명한 자국의 오스왈도 페레스 재무부차관을 추방하고, 과이도가 지명한 하버드대 경제학자 리카르도 하우스만을 인정했다.

이는 IDB가 국제금융기관 중에 처음으로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미 행정부 관리는 "중국이 하우스만을 인정하지 않고 비자를 거부한다면, 그것은 IDB의 오래된 의례를 위반하는 것이 된다"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과이도가 지난 대통령선거의 불법성을 주장하며 자신이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 미국 등 서방의 지지를 등에 업고 마두로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중국과 러시아 등의 지지를 받는 마두로는 물러서지 않고 대치하는 국면이 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의 기름을 대가로, 지난 10여년간 5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중국과 한바탕 '무역 전쟁'을 벌인 미국은 자신의 '앞마당'으로 여기는 중남미·카리브 지역에 중국이 대규모 원조와 투자 등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IDB는 중남미·카리브해 국가의 경제사회 개발 지원을 위해 1959년 설립된 국제금융기구로 미국과 한국과 일본,중국을 포함한 유럽국가 등의 비차입국과 중남미 지역의 차입국 등 48개 회원국이 가입돼있다.

회원국들은 이번 회의의 베네수엘라 대표 참석 문제와 관련해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IDB 연례회의는 이번에 중국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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