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과이도 비서실장 자택서 체포…美 "책임 묻겠다"(종합)

입력 2019-03-22 07:49
수정 2019-03-22 16:19
베네수엘라 과이도 비서실장 자택서 체포…美 "책임 묻겠다"(종합)

마레로, 새벽에 정보기관 요원에 연행돼…베네수 정부 "테러 음모 가담"

볼턴 "최강 제재 아직 안해" 경고…유엔 "모든 당사자 긴장 낮춰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의 핵심 측근이 21일(현지시간) 체포됐다.

미국은 체포된 과이도 의장 측근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고, 강력 대응을 경고했다.

로이터·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보기관 세빈(SEBIN) 요원 40여명이 이날 오전 2시께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과이도 의장 비서실장 로베르토 마레로의 집을 급습한 뒤 마레로를 연행했다.

마레로 비서실장은 세빈 요원들이 자택 진입을 시도하던 당시 상황과 심경을 녹취록으로 남겼다.

그는 "나는 내 집에 있고 세빈이 여기에 있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나를 찾으러 왔다. 싸움을 멈추지 말고 계속해라. (과이도) 대통령을 잘 보살펴라"고 말했다. 마레로 비서실장의 소재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마레로 실장과 같은 건물에 사는 세르히오 베르가라 야당 의원의 집도 급습을 받았다. 베르가라 의원은 자택에서 3시간가량 억류됐다가 풀려났지만 그의 기사는 마레로 비서실장과 함께 끌려갔다.

베르가라 의원은 "마레로 비서실장이 끌려가면서 '세빈 요원들이 우리 집에 소총 2정과 수류탄 1발을 몰래 놓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과이도 의장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임시 대통령을 체포할 수 없기 때문에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잡으려 하고 있다"면서 "이번 체포는 마두로 정권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징후다. 우리는 악의적이고 저열한 납치에 겁먹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두로가 감히 나를 감옥에 가두지 못하든지, 아니면 책임자가 아니든지 둘 중 하나"라면서 일부 정보기관 고위층들이 나에게 전화해 이번 사건과 연관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은 정권의 분열상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제공]

베네수엘라 정부는 마레로가 테러 조직의 일원이라고 비난했다.

네스토르 레베롤 내무부 장관은 국영 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마레로는 마두로 정권의 지도부를 공격하기 위한 콜롬비아와 중미 국가들의 테러 음모에 연루됐다"며 "마레로의 집에서 다량의 무기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체포를 미국과 야권 등의 퇴진 압박으로 궁지에 몰린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정국 혼란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야권 탄압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과이도 의장과 측근들의 신변에 위협이 생긴다면 즉각 맞설 것이라고 공언해온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마레로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면서 "우리는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트윗에서 "마두로가 또 다른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마레로가 즉각 석방돼야 하고 그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는 "이번 체포 사건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가장 강력한 제재를 하지 않았다. 마두로의 권력 찬탈이 끝나지 않는다면 마두로와 동료들은 재정적으로 목이 졸려 죽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은 이미 베네수엘라 정부의 돈줄인 석유 수출을 차단하는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제재는 국영 석유 기업인 PDVSA를 포함해 마두로 정권과 연계된 다수의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베네수엘라 사태의 해법 도출을 위해 발족한 미주 지역 외교 모임인 리마그룹과 유럽연합(EU)은 마레로의 체포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유엔은 마레로의 구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모든 당사자가 긴장을 낮추고,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삼가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 5월에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해 지난 1월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과이도 의장은 대선이 주요 야당 후보가 가택 연금 등으로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등 불법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을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 미국 등 50여개 서방 국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정권 퇴진과 재선거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 등의 지지를 받는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이 과이도 의장을 앞세워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군부의 지지를 토대로 여전히 국가기관을 통제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등이 지원한 인도주의 원조 물품을 국내로 들여오려고 대법원의 출국금지 명령을 어긴 채 콜롬비아로 출국한 뒤 브라질, 파라과이 등 남미를 순방한 과이도 의장에 대해 정의에 직면할 것이라며 체포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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