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감금 혐의' 이탈리아 극우 부총리, 법정 설 위기 넘겨

입력 2019-03-21 21:22
'난민감금 혐의' 이탈리아 극우 부총리, 법정 설 위기 넘겨

상원, 면책특권 유지 여부 묻는 투표에서 살비니 손들어줘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극우성향의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 마테오 살비니(46)가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들의 이탈리아 항만 하선을 지연시킨 것과 관련해 법정에 설 위기에서 벗어났다.

21일 현지언론에 따르면 상원은 전날 살비니 부총리의 면책특권의 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투표를 실시해, 찬성 237표, 반대 61표로 살비니의 법정행을 저지했다.



이탈리아 법원은 작년 8월 구조된 아프리카 난민을 태운 '디초티'호 난민들의 하선을 며칠 동안 막아 이들의 인권이 침해당한 책임을 물어 살비니 부총리를 재판에 회부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살비니 부총리가 속한 상원에 그의 면책특권 해제를 요청한 바 있다.

살비니는 당시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의해 구조돼 해안경비대의 함정 '디초티'를 타고 시칠리아 항만에 입항한 아프리카 난민 170명에 대해 유럽연합(EU) 차원의 분산 수용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열흘 동안 하선을 막아 불법 감금,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상원은 법원의 요청에 따라 앞서 지난 2월 선거·면책특권 위원회를 소집해 면책특권 해제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고, 당시 살비니의 면책 특권이 유지되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상원 전체 투표는 통상 관련 위원회의 권고를 따르는 터라 이날 투표 결과는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었다.

살비니는 자신의 운명이 결정될 투표를 앞두고 "상원의 누구도 주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기 바란다. 국경을 방어하고, 이탈리아의 안보를 지키는 것이 국민이 내게 월급을 주는 이유"라고 강조하며, 난민선에 이탈리아 항만의 빗장을 건 자신의 정책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날 투표에서는 살비니가 이끄는 극우정당 '동맹'과 손잡고 연립정부를 구성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소속의 의원 3명이 당론을 어길 경우 징계하겠다는 지도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살비니를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쪽에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인권을 강조하는 오성운동은 태생적으로 좀 더 온건한 난민정책을 지지할 뿐 아니라, 면책특권을 포함한 정치인들의 특권 철폐를 주장해온 터라 오성운동의 상당수 의원들은 살비니 부총리가 기소돼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견해를 지지해 왔다.

하지만, 오성운동을 이끄는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살비니가 이 문제로 법정에 설 경우 연정이 무너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살비니의 면책 특권 보호를 당론으로 정했다.

디 마이오 부총리는 "살비니의 결정은 국익을 위해 난민 정책을 총괄하는 내무장관으로서 내린 것이지,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며 살비니를 두둔했다.

한편, 반(反)난민 정서에 편승해 지지율 고공행진을 누리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는 지중해에서 난민을 구조하는 비정부기구(NGO)의 난민선에 이탈리아 항만을 봉쇄하는 강경 난민 정책을 최근 들어서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에도 이탈리아 NGO가 운영하는 난민구조선 '마레 요니오'호가 살비니의 강경 방침에 막혀 상륙이 불허돼, 지중해에서 구조한 난민 49명이 이틀 동안 바다에서 발이 묶였다.

난민들은 람페두사 시장의 결단으로 섬에 간신히 상륙했으나, NGO의 선박은 몰수되고, 선장은 불법 난민 지원 혐의로 조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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