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개혁 도로 원점…정관개정 TF 새로 구성하기로

입력 2019-03-21 19:23
수정 2019-03-21 20:43
국기원 개혁 도로 원점…정관개정 TF 새로 구성하기로

발전위 활동 보류하고 TF서 다시 정관개정안 마련

이사전형위원회도 꾸려 신규이사 추천하기로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위기에 빠진 국기원을 정상화하려는 작업이 도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임원 선임을 비롯해 개혁 방안을 담은 정관개정은 미뤄졌고, 정관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다시 새로 구성하기로 하는 등 국기원 이사회는 실낱같은 태권도계의 기대마저 저버렸다.

국기원은 21일 서울시 강남구 머큐어서울앰배서더강남쏘도베 호텔에서 2019년도 제2차 임시이사회를 열고 정관개정안을 다룰 예정이었으나 일부 이사의 반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한 채 회의를 끝냈다.

그러고는 홍일화 이사를 위원장으로 하고 이사들로 정관개정 TF를 꾸린 뒤 다음 이사회 때 정관개정안을 다시 상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부터 정관개정 작업을 맡아온 발전위원회는 활동이 보류됐다.

이는 결국 발전위원회가 해온 일을 TF로 이름과 구성원만 바꿔 다시 하겠다는 것이어서 국기원의 정관개정 의지를 의심케 한다.

이날 이사회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세계태권도연맹(WT),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의 각 단체장이 추천한 당연직 이사를 포함한 11명의 재적이사 모두 참석했다.

모처럼 취재진에 공개된 이번 이사회에서 관심을 끈 것은 부의 안건으로 상정된 정관개정과 원장선출에 관한 건이었다.

국기원은 현재 원장과 사무총장이 업무방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되는 등 파행 운영되고 있다.

현 사태에 책임이 큰 국기원 이사들은 태권도계의 개혁요구가 거세지자 정상화 방안을 지난해 말까지 내놓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정관개정안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뒤 지난 1월 문체부 장관에게 인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개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이후 다시 새로운 정관개정안을 마련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지난 7일 국기원에서 공청회까지 연 뒤 이번 2차 임시이사회에 정관개정안을 안건으로 올렸다.

50명 이상이었던 원장후보선출위원회를 70명 이상으로, 7인 이내였던 이사추천위원회를 9인 이내로 늘리는 등 이전 개정안을 좀 더 보완했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에서는 애초부터 정관개정안을 심의·의결할 의지가 없었던 듯했다.

한 이사가 "개정안을 사전에 받아보지 못하고 회의에 들어와서 처음 봤다"고 하는가 하면, 회의자료의 정관개정안 신구 대비표 중 개정 사유에 '자구수정'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으며 국기원 사무국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이어 또 다른 이사가 "좀 더 시간을 갖고 정관개정안을 심의하자"고 거들면서 정관개정안 의결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결국 정관개정안을 다루는 것은 차기 이사회로 미뤄졌고, 홍성천 이사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정관개정 TF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후보 추천을 받아 거수로 김철오 이사를 위원장으로 뽑고 TF 구성을 위임했다.

정관개정이 무산되면서 다음 안건인 '원장선출의 건'은 자연스럽게 상정 후 바로 폐기됐다.

이후 홍 이사장은 개인적인 생각이라면서 "현재 원장이 없어서 모든 것이 스톱된 상황이다. 원장선출을 먼저 하고 새 원장이 정관개정을 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국기원이 1월 말 내놓은 국기원 정상화 로드맵을 두 달도 채 안 돼 스스로 뒤집는 것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공청회, 발전위원회 검토 등을 거쳐 정관개정이 확정되면 3∼4월 중에 신규이사를 선임하는 동시에 원장후보선출위원회(가칭)를 통해 원장선출 절차에 착수, 국기원을 정상화하겠다고 돼 있다.

이날 이사회는 2시간 30분가량 회의를 진행한 뒤 잠시 정회했고, 이후 취재진을 물리고 비공개로 기타사항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국기원 관계자에 따르면 비공개회의에서는 정관개정 TF 위원장이 (애초 김철오 이사에서) 홍일화 이사로 바뀌었고, 김철오 이사는 연수원장 직무대행 겸 이사전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이사전형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외부 인사 등 3∼4명으로 구성될 예정으로, 신규이사를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이날 일선 사범 등 10여명의 태권도인은 회의장 밖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회의 내용이 알려진 뒤 회의장을 떠나던 일부 이사와 사범이 서로 욕설을 하고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등 소란도 있었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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