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오늘이었어?"…그룹 창립기념 행사가 사라진다

입력 2019-03-22 07:01
"그게 오늘이었어?"…그룹 창립기념 행사가 사라진다

4개그룹 창립일 3∼4월…"선단경영 지양·계열사 독립경영 반영"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최재서 기자 = "오늘이 창립기념일이라고요?" "창립기념식이 어느 시절 얘깁니까"

국내 5대 그룹 가운데 삼성, SK, LG, 롯데 등이 공교롭게 이달말과 다음달초 잇따라 창립기념일을 맞지만 그룹 차원의 기념식이나 행사를 개최하는 곳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방식의 형식적이고 권위적인 성격의 행사를 지양하자는 취지가 반영된 데다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강화하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이지만 일부에선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은 22일 창립 81주년을 맞았으나 별도의 기념 이벤트를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전략실 해체로 그룹 개념이 사라진 데 따른 것으로, '맏형'격인 삼성전자[005930]는 물론 1938년 3월 설립된 모태 기업 '삼성상회'의 후신인 삼성물산[028260]도 근속자 포상 등 간략한 행사만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은 창립 80주년을 맞은 지난해에는 '삼성 80년사(史)'를 되돌아보는 영상물을 제작해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공개하고, 계열사별로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오는 27일 창립 72주년을 맞는 LG그룹도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첫 창립기념일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별다른 행사를 열지 않는다.

다만 예년과 같이 4월 둘째주 금요일(올해는 12일)에는 그룹 임직원이 일제히 휴무를 갖는다. 창립기념일이 아닌 날에 쉬도록 하는 것은 4월에 공휴일이 많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달 초에는 롯데그룹과 SK그룹의 창립기념일이 차례로 이어진다. 롯데는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280360]의 창립기념일인 4월 3일(1967년), SK는 선경직물 창립기념일인 4월 8일(1953년)이다.

롯데는 창립기념일 당일 지주사 직원들은 하루 쉬고 일부 임원은 자원봉사 활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계열사 임직원들은 이와 상관없이 정상적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SK도 그룹 차원의 창립기념식이나 휴무 등은 없으며, 계열사별로 각자의 창립기념일에 하루씩 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의 경우 그룹 창립기념일은 별도로 없으며, 현대자동차[005380] 창립기념일인 12월 29일에는 임직원들이 하루 쉰다고 밝혔다.

한 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창립기념 행사가 없어진 것은 꽤 오래전이고, 앞으로는 점점 더 이런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면서 "선단경영을 지양하고 계열사별 독립경영이 강조되는 분위기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무 경력이 오래된 임직원들을 중심으로 그룹 내부의 결속력이 떨어진다면서 과거를 그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hum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