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만 붕괴 위기·아파트 1억↓…포항시 인재(人災)에 휘청
도시 이미지 손상·인구 유출 등 간접피해 돈으로 환산 못 해
진앙 흥해읍 상권 썰렁 '직격탄'…시 "신속한 대책 마련" 촉구
(포항=연합뉴스) 최수호 김준범 기자 = 21일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한 부동산중개업소. 정면 유리창에 '58평 3억2천500만원' '35평 2억4천만원' 등 동네 아파트 시세를 알려주는 가격표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업소 측에 따르면 2017년 11월 규모 5.4 지진 발생 후 주변 아파트 매매 가격이 이전보다 30% 정도 떨어졌다고 한다. 덩달아 전셋값도 하락했다.
최근에도 급매로 아파트를 내놓는 사람은 많지만 사려는 사람은 좀처럼 없다고 한다. 이처럼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자 아예 문을 닫는 부동산중개업소도 생겨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새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도 500만∼1천만원씩 손해를 보며 분양권을 내놓고 있다"며 "포항 집값이 내려간 이유는 정부 정책 영향도 있지만, 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고 단정했다.
인재로 드러난 지진에 직격탄을 맞은 포항 경제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인구 유출 등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피해도 지속하고 있어 도시 전체가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21일 포항시에 따르면 1년 4개월 전 발생한 지진과 잇따른 여진 영향으로 지역 아파트 가격 급락했다.
대부분 아파트 가격이 2015년 정점을 찍었을 때보다 2천만∼3천만원씩 하락했고 상황이 심각한 곳은 매매가가 1억원 넘게 빠졌다.
시민 김모(45)씨는 "1억9천만원이던 집값이 1억2천만원까지 떨어졌다"며 "다른 유명 아파트는 매매가가 1억원이나 내렸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분양 아파트 수도 상당하다.
현재 포항 미분양 아파트는 1천373가구에 이른다. 여기에 앞으로 흥해읍 등에 아파트 1만1천여 가구가 더 공급될 예정이다.
일부 업체는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중도금 무이자, 중문 무상시공 등 혜택을 내걸었지만 역부족이다.
포항시 측은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자 사업 승인을 받은 아파트 업체들도 착공에 들어가지 않고 시기만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지에서 포항을 찾는 관광객 증가 수도 당초 시가 예상한 수준을 밑돌고 있다.
2016년 한해 포항을 찾은 방문객은 462만4천명이며 2017년에는 473만5천명을 기록했다.
시는 매년 관광객이 10만명 정도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해 2018년에는 관광객이 480만명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진 영향으로 479만명가량에 그쳤다.
시 관계자는 "지진 발생 후 6개월 동안 관광객이 급감했다"며 "이후 인센티브 제공 등 대대적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 이전 수준을 겨우 회복했지만, 증가세는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지진 진앙이 있는 북구 흥해읍은 지진피해를 본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많이 빠져나가 평일·주말 가릴 것 없이 썰렁한 상황이다.
상인들은 장사가 안되는 탓에 문을 닫은 가게도 많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한 상인은 "지진 이전보다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지진이 정부 잘못으로 일어난 만큼 상인들도 피해 보상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경북 제1 도시 포항은 경기 침체에 지진 영향까지 겹치면서 '인구 50만명 붕괴' 위기에도 직면했다.
2017년 10월 51만9천547명이었던 포항 인구는 현재 50만9천477명(2019년 2월 기준)으로 1만여명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이밖에 투자심리 위축 등 눈에 보이는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도시 브랜드 손상, 지진 트라우마 호소 등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는 정부가 포항 활력 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종합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진이 지열발전소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정부는 신속히 피해배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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