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의 끝나지 않은 숙제…해수 유통 '28년 진통'
환경단체 "한시적 담수화" 제안에 전북도 '묵묵부답'
전북도 관계자 "해묵은 논란 그만…새만금 내부개발 속도내야"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정경재 기자 =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는 새만금지구.
그 안에 새만금 상류인 만경강·동진강에서 내려온 물을 가둔 새만금호(湖)가 있다. 담수호다.
호수 면적은 외곽을 둘러싸며 바다와 경계를 이루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34㎞)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1만ha에 육박한다. 평균수심은 5.5m, 담수량은 5억3천500만t으로 설계됐다.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섬진댐의 담수량(4억6천600만t)을 훨씬 웃돈다.
애초 새만금사업이 농지확보를 통한 식량 증산 목적으로 시작된 만큼 새만금호는 수자원을 확보하고 홍수 때마다 바닷물 역류에 따른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의 상습 침수피해(1만2천㏊)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조성됐다.
지금은 그 많은 담수량의 극히 일부만 방조제 시설인 신시·가력 배수갑문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다 보니 물의 체류 시간이 수개월이다. 물이 고여 수질이 4∼5등급으로 나빠지고 내부 생태계도 망가지고 있다.
그동안 4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목표 수질(3∼4등급)도 달성하지 못했다.
방조제 건설 첫 삽을 뜨던 1991년부터 수질악화를 우려했던 전북지역 환경·시민단체들이 21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실정을 재차 강조하고서 '최후 통첩안'을 제시했다.
전북녹색연합 등 1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은 1년간 (완전) 담수화를 해본 뒤 목표 수질에 도달하지 못하면 즉시 해수 유통을 하자고 했다.
담수화 이후 목표 수질을 달성하면 정부의 결정에 따르고, 그렇지 못하면 갑문을 통해 해수를 전면 유통해서 논란에 마침표를 찍자는 것이다.
'방조제를 허물어 해수를 유통하자'는 기존의 강경한 주장에서 한걸음 물러선 것이다.
해수 유통은 배수갑문의 상시 개방이나 추가로 제3의 갑문을 설치해 해수 유통량을 늘리는 방안이다.
배수갑문을 통해 민물과 바닷물이 왔다 갔다 하면 생태계가 복원되고 수질이 개선돼 궁극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새만금사업 이전과 이후의 생태변화 자료들을 내놨다.
녹색연합이 인용한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새만금사업 이전인 1990년 전북도의 어업생산량은 15만200여t에 달했으나 2015년에는 4만4천t으로 15년 만에 70%가량 급감했다.
반면 전북과 조건이 비슷한 충남의 어업생산량은 1990년 전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만3천여t이었으나 2015년 11만6천여t으로 배가량 증가했다.
어업생산량을 1990년대 수준으로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새만금사업이 시작한 1991년부터 2015년까지 총 7조3천800억원가량(현재 가치)의 누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이 단체는 추산했다.
또 방조제 물막이 이후 새만금 내측 어류 종수는 58%, 개체 수는 85%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새만금호에서는 용존산소량 부족 등으로 물고기 집단폐사가 연례적으로 일어나고 어류의 질병 보유도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도 이 지역의 철새를 조사한 결과 최대 관찰 개체 수가 2004∼2005년 41만2천560개체에 달했으나 2016∼2017년에는 5만9천602개체로 대폭 줄어들었다.
2004∼2005년 시즌과 비교하면 86% 급감한 것이다.
이들 단체는 "새만금호의 담수화로 수질이 악화하면서 어민의 삶이 피폐해지고 생태적 교란으로 어류나 조류 생태계가 대혼란에 빠졌다"고 주장하면서 해수유통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한시적 담수화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담수화 제안에 새만금개발청이나 전북도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담수화 제안을 수용하든 그렇지 않든 환경문제로 비화할 것이 뻔해 최근 훈풍이 불기 시작한 각종 새만금 관련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새만금국제공항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받아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고 총 10조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이나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소모성 논란이 또다시 증폭되는 것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비친다.
전북도 관계자는 "2001년과 2003년 해수유통을 주장하며 새만금 방조제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환경단체의 소송에 따른 법원의 명령에 따라 두 차례나 방조제 공사를 중단했던 후유증에 지금도 몸서리치고 있다"면서 "지금은 해묵은 논란으로 시간과 노력을 허비할 때가 아니라 새만금 내부개발에 속도를 낼 때"라고 말했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도 "한시적 담수화 제안은 새만금개발청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 각 부처의 견해도 있기 때문에 당장은 드릴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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