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낙후된 어번 보면 피눈물 나… 자식 위하는 엄마 마음으로"
호주 NSW주 총선 유일 한국계 지역구 후보 출마자 크리스티나 강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어느 섬에서 왔냐고 묻는 사람도 있더군요."
23일 치러질 호주 뉴사우스웨일즈(NSW)주 총선에서 한국계로는 유일하게 집권 자유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크리스티나 강(한국명 강경희) 후보는 백인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 운동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아시아계 후보라고 호주 난민수용소가 있는 마누스섬이나 나우루섬 출신이냐고 비꼬는 백인 할아버지가 있었다"면서 "소수민족 출신 정치인이 품고 가야만 하는 아픔이 있다"고 말했다.
강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어번(Auburn) 지역은 지난 90년간 야당인 노동당의 아성으로 알려진 곳이다.
왜 이런 험지를 택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떤 분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하지만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이민자 유입으로 유권자 구성이 변했고 실제로 직전 선거에서 노동당 우세가 급속히 감소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티나 강 후보는 31년 전 시드니 대학 방사선 학과로 유학을 와서 4년가량 병원에서 일한 뒤 사업을 시작했다. 신문 잡지 판매점과 주류판매점 등을 운영하는 한편 자산 투자자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투자 활동뿐 아니라 전 재호한인상공인연합회 강흥원 회장 사이에서 4자녀를 낳아 기른 '억척 엄마'이기도 하다. 학교와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정치에 대해 꿈을 갖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양대 정당 중 하필이면 자유당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강 후보는 "노동당이 표방하는 '반차별과 평등'보다 자유당이 추구하는 '발전하는 공정한 호주'라는 가치가 더 마음에 다가왔다"면서 "백인이 절대다수인 자유당이 아시아 이민자 1세대 여성에게 공천을 준 건만 봐도 그 개방성을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는 "필립 러독 NSW주 자유당 의장과 여러 고위 여성 당직자들이 저보고 이민자 1세대 여성들의 롤모델이라면서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바람에 고민하다가 출마를 결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인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어번 지역의 낙후된 모습을 보면 피눈물이 난다"면서 "하원 의원으로 당선되면 자식을 위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지역발전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dc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