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 원인' 의심 지진 해외도 '다수'…규모 5.4는 '이례적'
정부연구단 "임계응력 상태 단층 존재 때문인 듯"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 지진은 규모 5.4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으로 기록됐다. 이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의 영향으로 발생했다고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공식 발표했다.
정부연구단의 발표처럼 지열발전이 원인으로 의심되는 지진 사례는 해외에서도 다수 있다. 그러나 포항 지진과 같은 규모로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21일 연구단의 발표 내용 등에 따르면 포항 지열발전소에서 굴착과 물 주입 시 생긴 높은 압력이 소규모 지진을 순차적으로 일어나게 했고, 이로 인해 규모 5.4의 대형 지진이 촉발됐다. 지열발전소는 2016∼2017년 다섯 차례에 걸쳐 총 1만2천800㎥의 물을 주입한 바 있다.
지열발전은 땅속 열기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다. 땅속에 4∼5㎞ 정도 되는 구멍 두 개를 뚫은 뒤 한쪽에는 물을 주입해 데우고, 다른 쪽으로 물을 끌어 올리며 이때 나오는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식이다.
화산지대에서는 구멍을 얕게 파도 지열이 충분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땅을 수 ㎞ 깊이로 파는 심부지열발전(EGS) 유형을 택해야 열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깊이 땅을 파고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주변 단층을 자극해 지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스위스 바젤에서는 지난 2006년 12월 지열발전소 시추를 시작한 지 엿새 만에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열발전소 운영은 중단됐지만, 2007년 1∼2월에도 규모 3이 넘는 지진이 잇따랐다. 스위스 정부 당국은 지열발전소가 원인이라고 결론짓고 2009년 이 발전소를 영구 폐쇄토록 조치했다.
독일 란다우인데어팔츠에서는 이 지역 지열발전소 부근에서 2009년 8월 규모 2.7의 지진이 발생했다. 호주에서는 쿠퍼 분지의 사막에 4.4㎞ 깊이로 시추공 2개를 뚫자 2003년 12월 지진이 발생했으며, 그 중 최대는 3.7 규모였다. 또 프랑스 알사스의 술츠수포레에서는 2003년 5㎞ 깊이의 시추공 2개가 뚫린 후 규모 2.9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규모 4.0 미만인 데 비해 포항지진은 규모 5.4로 지열발전이 원인으로 지목됐던 지진 중 가장 큰 규모인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주입한 물의 양이 규모 5.4의 지진을 발생시킬 만큼 많지 않다는 이견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조사연구단 측은 "이미 이곳에는 (지진을 일으킬 만한) 임계응력 상태에 있던 단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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