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타고르 박물관에 한국실 설치…'동방의 등불' 자료 등 전시

입력 2019-03-21 12:00
인도 타고르 박물관에 한국실 설치…'동방의 등불' 자료 등 전시

콜카타 타고르 생가 박물관에 마련…인도 박물관 첫 한국실로 연말께 오픈



(콜카타=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일제 강점기에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로 한국에 깊은 애정을 보였던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861∼1941)의 인도 박물관에 한국실이 설치된다.

21일 주인도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인도 동부 웨스트벵골주(州) 콜카타(옛 지명 캘커타)의 타고르 박물관 내에 이르면 올해 말 한국실이 문을 연다.

주인도 한국문화원은 이 박물관을 관리하는 라빈드라 바라티 대학 측으로부터 최근 한국실 설치와 관련해 공식 승인을 받았으며, 올해 중순부터 디자인·시공업체 선정, 체험실 조성, 전시 자료 확보 등의 작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인도 내 박물관·기념관 등에 한국 관련 전시공간이 공식 마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인도 한국문화원은 한국실에 타고르 시집 '기탄잘리'의 한국어 번역본, '동방의 등불'이 실린 한국 교과서와 신문 사본, 타고르 관련 한국 도서 등을 전시할 계획이다.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과 결혼한 인도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 관련 설화, 고대 인도를 답사하고 여행기 '왕오천축국전'을 남긴 신라 승려 혜초 등 양국의 문화 교류 역사 등도 소개할 방침이다.

또 '동방의 등불'이 처음 공개된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이후 현대까지 한국의 발전상을 조명한 여러 자료도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였던 한국이 타고르의 말처럼 '동방의 등불'로 타오른 과정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주인도 한국문화원은 타고르가 1901년에 세운 대학으로 콜카타 북쪽 180㎞ 산티니케탄에 자리 잡은 비스바 바라티 대학과도 협의해 전시 자료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 대학은 타고르가 남긴 유품과 관련 자료를 가장 많이 보관한 곳으로 알려졌다.

김금평 주인도 한국문화원장은 "한국실 설치를 통해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올해 '동방의 등불'이 한민족의 독립 의지를 고양하는데 기여했던 점을 기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콜카타 타고르 박물관은 현지 라빈드라 바라티 대학 캠퍼스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연간 방문객 수만 20만명에 달한다.

박물관 전체 규모는 3만5천㎡나 된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곳곳에 설립된 총 8개의 타고르 관련 박물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동시에 이곳은 타고르의 숨결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타고르가 태어나고 숨을 거둔 생가 등 타고르 가문의 저택 3채가 이 박물관으로 개조돼 꾸며졌기 때문이다.

박물관에는 타고르 관련 서적 2천841점을 비롯해 사진 3천297점, 가구 53점, 회화 16점, 공예품 27점, 유품 208점 등이 소장됐다.

미국실, 중국실, 일본실, 헝가리실 등도 설치돼있으며 스웨덴, 방글라데시실도 신규 설치 추진 중이다.



콜카타의 부유한 명문가에서 태어난 타고르는 1913년 시집 '기탄잘리'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서정적인 시풍은 인도 등 아시아를 넘어 서양인에게도 큰 감동을 안겼다.

특히 한국인에게는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가 친숙하다.

타고르는 1929년 일본을 들렀을 때 한국을 방문하는 대신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빛나던 등촉의 하나인 조선/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는 내용의 시를 써 한국의 한 신문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타고르는 이에 앞서 최남선의 요청으로 해방을 바라는 한국을 아름다운 신부에 비유해 시를 쓰기도 했다. 이 시는 '패자(敗者)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잡지 '청춘'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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