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방문 필리핀 재무장관 "'채무함정' 반드시 피할 것"

입력 2019-03-21 10:28
中 방문 필리핀 재무장관 "'채무함정' 반드시 피할 것"

일대일로 지지 의사 밝히면서도 '재정 건전성 유지' 강조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을 방문한 필리핀 재무장관이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관련해 논란이 되는 '채무함정'을 반드시 피하겠다고 다짐했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카를로스 도밍게스 필리핀 재무장관은 전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과 회담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도밍게스 장관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우리는 중국, 일본, 미국 등 어떠한 대출자와 관련해서도 절대 '채무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 등으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은 상대국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차관, 경제협력 등을 약속하면서 일대일로 프로젝트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일대일로 참여국의 주권이 침해되고, 중국에서 빌린 대규모 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전략적 자산이 중국에 넘어가는 '채무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도밍게스 장관은 "필리핀은 1970년대 부채 위기로부터 교훈을 얻었다"며 "모든 프로젝트는 엄격한 심사를 거친 후 정부와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우리는 경제적 과실을 얻을 수 있는 정책에만 자금을 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의 20%가량을 직접 조달하며, 나머지 자금도 매우 좋은 조건으로 빌린다"며 "필리핀의 외채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총부채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필리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는 41.5% 수준으로, 2016년 42%보다 다소 개선됐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야심 찬 인프라 투자 정책인 '빌드, 빌드, 빌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중국, 일본 등도 참여하고 있다.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2022년경 필리핀이 중국에서 빌린 부채는 총부채의 4.5%를 차지할 전망이며, 일본에서 빌린 부채는 9.5%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에서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은 "우리는 지난 세기에 서구 시장에 의존한 채 서구 열강에 휘둘려야 했다"며 "중국은 이와 달리 다른 나라와 동반해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대표단은 다음 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 두테르테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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