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방문 앞둔 시진핑 "'일대일로'로 양국관계 새 시대"
유력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에 기고…"경제·문화 등 다방면 협력 원해"
로마 시내, 경계 대폭 강화…22일엔 콜로세움 출입도 통제될 듯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국빈 방문을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통해 양국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자고 이탈리아에 호소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탈리아 도착에 하루 앞선 20일(현지시간) 현지 유력지 코리에레델라세라에 '이탈리아-중국, 새로운 협력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해 "중국은 이탈리아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 신문 1면 상단과 8, 9면에 걸쳐 실린 기고문의 서두에서 "각각 서양과 동양의 문명을 대표하는 이탈리아와 중국은 지리적인 거리를 뛰어넘어 역사적, 문화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고대 로마와 고대 중국이 동서양의 문명을 잇는 통로였던 '실크로드'를 매개로 2천년 전부터 서로 교류했던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의 상호 관계의 지침을 확립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이탈리아와 협력해 새로운 실크로드인 일대일로를 구축하려 한다"고 이탈리아 방문의 주목적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 수교 50년을 맞는 양국이 항만, 해운, 통신, 의약, 문화 등의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 사업을 발전시키면서 우의를 더욱 두텁게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시진핑 주석은 21일 오후 로마에 도착해 23일까지 로마와 시칠리아 팔레르모를 돌며 공식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그의 방문 기간에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 사업의 참여를 주요 7개국(G7) 가운데 최초로 공식화하고,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예정이다.
중국의 확장 정책을 경계하고 있는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서방은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로 이탈리아의 전략 산업과 기술, 민감한 정보뿐 아니라, 유럽으로 향하는 교두보가 될 항구들을 중국에 내줌으로써 이탈리아가 서방으로 세력을 넓히려는 중국의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며 바짝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는 일대일로 참여가 이탈리아의 국익에 부합할 뿐 아니라, 미국과 EU 등 전통적인 우방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서방의 우려를 '기우'로 취급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중국과의 무역을 활성화하고, 중국으로부터의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일대일로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이탈리아 연립정부 내에서도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이 이끄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은 일대일로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반면, 극우성향의 정당 '동맹'의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국가 안보가 최우선"이라면서 일대일로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등 온도차가 존재한다.
한편, 정부 인사, 경제계 대표 등 500명의 공식 수행단, 120명의 기자단을 이끌고 이탈리아를 찾는 시 주석의 방문에 맞춰 로마 시내에는 경계가 대폭 강화됐다.
로마 경찰청은 시 주석이 묵는 호텔이 위치한 보르게세 공원 일대와 대통령궁, 총리궁, 상·하원 등이 소재한 시내 중심지를 특별구역으로 지정해 철통 경비에 나섰다.
해당 지역에서는 집회와 시위, 비행 및 주정차가 전면 금지되고, 승합차와 대형 차량의 시내 진입도 봉쇄된다.
또한, 시 주석이 로마의 상징인 콜로세움을 방문할 것으로 관측되는 22일 오후에는 일반 관광객의 콜로세움 출입도 차단될 것으로 보인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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