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만나서 얻은 게 뭔가"…보우소나루 방미 평가 엇갈려
전문가들 "구체적 성과에 시간 필요"…상호주의 무시에는 강한 비판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미국 방문 성과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미-브라질 정상회담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회담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는 유보했다. 회담 내용이 성과로 나타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에 상호주의 원칙을 벗어나 일방적으로 미국인에게 비자를 면제해주고, 미국의 우주과학 기술에 대한 접근권을 인정받지 못한 채 로켓 발사기지를 사용하게 해준 사실을 두고는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브라질 주요 언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한다고 OECD 가입이 곧바로 이뤄지는 것이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브라질이 OECD 가입 대가로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도국에 주어지는 차별적 지위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을 두고 어느 정도나 실익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상파울루 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의 펠리피 로우레이루 교수는 "브라질이 OECD에 가입하면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가고 외국투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실제로 브라질이 OECD에 가입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효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브라질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가능성까지 거론한 데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을 주요 비(非) 나토 동맹국 또는 어쩌면 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미 국가가 나토에 가입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외교적 수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여러 사람과 이야기해봐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와 관련, 후벤스 바르보자 전 미국 주재 브라질 대사는 "역대 브라질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국 방문지로 중남미가 아닌 미국을 선택한 것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사실상 처음"이라면서 "미-브라질 관계에 변화가 나타나고 남미와 북미를 잇는 축이 형성되고 있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의 구체적 성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이 브라질의 로켓 발사기지를 사용하도록 허용한 데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양국은 브라질 북동부 지역에 있는 아우칸타라(Alcantara) 우주센터(CLA)의 상업적 이용을 위한 협상을 타결했다.
브라질은 로켓 발사 비용을 절감하고 미국으로부터 우주항공 기술을 이전받는 등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는 기술이전 문제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
브라질 정부는 또 미국과 일본, 캐나다, 호주 등 4개국 국민에 대한 입국 비자 면제를 발표했다.
비자 면제는 관광·비즈니스·문화예술·스포츠 활동 등을 목적으로 하는 체류자에 적용되며, 국익을 위해 예외적인 경우에도 비자를 면제할 방침이다.
오는 6월 17일부터 발효하는 이번 조치에 따라 4개국 국민은 90일간 무비자 체류할 수 있으며 90일 연장이 가능해졌다.
브라질 정부는 관광객 증가와 관광수지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나 이번 조치는 외교의 주요 관례 가운데 하나인 상호주의 원칙을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정부는 "브라질 국민의 미국 입국이 쉬워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원칙적인 발언 외에 비자 면제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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