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교내 일제전범 기업제품 인식표 조례 수용불가"

입력 2019-03-20 15:57
경기교육청 "교내 일제전범 기업제품 인식표 조례 수용불가"

"관계 법령 부재·전범 기업 실태조사 자료 미비" 의견서 도의회 제출

이재정 교육감 " 정부가 먼저 입장 정해야"…도의회 29일 심의 예정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경기도 내 학교 물품 중 일제 전범 기업 제품에 인식표를 붙이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안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도의회에 전달했다.

20일 경기도교육청과 도의회 등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이날 최근 입법 예고된 '경기도교육청 일본 전범 기업 제품 표시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도교육청 검토의견서를 제출했다.



도교육청은 A4용지 2장 분량의 의견서에 ▲ 전범 기업에 대한 불명확성 및 관리 주체 문제 ▲ 전범 기업 및 생산제품에 대한 중앙정부의 명확한 실태조사 자료 부재 ▲ 인식표 부착 및 홈페이지 공개에 따른 소 제기 문제 ▲중앙정부 및 일반지방자치단체의 전범 기업에 대한 관계 법령 부재 등의 수용 불가 사유를 담았다.

도교육청은 "전범 기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일선 기관에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이며 전범 기업에 대한 조사 등 관리 주체는 교육청이 아닌 중앙정부 및 일반지방자치단체 소관"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조례안 별표의) 전범 기업 리스트가 정부에서 확정 공표(인정)한 자료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없다"라며 종합의견으로 "취지는 동감하나 상위법령 미비 등으로 수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달했다.

이날 오전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조례안을 언급하며 "이것이 한일외교 관계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측에서 먼저 입장을 정해야 한다"라며 "조례가 좋다 나쁘다 말하기보다 도의회에서 적절하게 토론해서 결정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가 조례보다도 국민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법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전범 기업이 뭔지 연구하는 등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황대호(수원4) 도의원은 학교에서 사용하는 빔프로젝터, 카메라, 복사기 등 물품 중 일본 제국주의 시대 전범 기업의 제품에 인식표를 부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교내 전범 기업 제품 실태조사와 교육감의 책무 등을 조례안에 명시했다.

조례안에서 정의하는 전범 기업이란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발표한 도시바, 히타치, 가와사키, 미쓰비시, 스미모토 등 일제강점기에 수탈과 징용 등에 나선기업 299개를 뜻한다.

조례안 입법예고 기간 접수된 의견서는 도교육청을 포함해 총 2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한 건은 프린트 판매업체 측에서 제출한 것으로 '모든 일본 기업이 전범 기업이 아닌데 이로 인해 한국기업도 피해 볼까 우려된다'라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의회 제1교육위원회는 오는 29일 해당 조례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후 본회의에 상정, 의결되면 도교육감은 20일 이내 공포 또는 재의 요구할 수 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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