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기행] 매화 지면 벚꽃 '활짝'…양산 원동마을

입력 2019-04-08 08:01
[봄꽃기행] 매화 지면 벚꽃 '활짝'…양산 원동마을

(양산=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봄꽃 명소인 경남 양산의 원동마을을 다녀왔다. 원동의 명물 매화가 지면 어떡하느냐고? 걱정을 마시라. 원동 곳곳에 벚꽃이 만발한다.

◇ 원동마을의 매력





매화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다. 봄꽃 가운데 가장 먼저 핀다. 마치 전쟁통의 척후병 같은 역할을 한다. 한겨울 모진 추위를 뚫고 꽃망울을 터뜨린다.

경남 양산시 원동면을 주목하는 이유가 매화 때문만은 아니다. 원동면에서 가장 많은 주민이 거주하는 원동마을에는 해마다 이맘때쯤 벚꽃이 만발한다. 담벼락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벽화들이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있고, 가게 간판마저 산뜻하고 예쁘다. 마을 전체가 워낙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면사무소가 있는 원동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니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풍겨온다. 소박하지만 깔끔한 간판이 걸린 오래된 가게는 왠지 믿음이 간다.



전체적으로 어딘가 예술가들의 손끝이 스쳐 지나간 느낌이 난다. 물어보니 이 마을은 2013년부터 5년간 면 소재지 종합정비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70억원의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집 앞 명패에도 아름다운 홍매화가 그려져 있다. 원동마을 한가운데는 마을조합에서 경영하는 '매화담'이라는 착한 카페도 있다. 착한 카페라 부른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블루베리 밀크셰이크가 3천원 수준이다. 시중 카페에서 살 수 있는 음료값의 절반 수준이다. 카페는 조합원인 마을 주민들이 조를 짜서 번갈아 근무한다. 푸근한 시골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 순매원

낙동강 하류와 접하고 있는 순매원은 경부선 철도역인 원동역에서 600m 거리에 있어 걸어가기에 편리하다. 이곳은 원래 일제강점기에 역무원들의 관사가 있던 장소다.

관사 주변에 매화가 일부 재배됐던 곳이 매화농원으로 탈바꿈한 것은 88올림픽 직전이었다. 철길 옆 관사가 흉물스럽다 해서 모두 이전시킨 뒤 본격적으로 매화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농장주인 김용구 씨가 20년 전 이곳을 인수한 뒤 지금에 이르게 됐다. 잘 살펴보면 100년 이상 된 매화나무도 몇 그루 있다고 주민들은 얘기한다. 순매원으로 들어서면 순매원 '매실조림간장' 등 매실을 소재로 한 다양한 음식 재료들을 살 수 있다.





◇ 빼놓을 수 없는 '삼포 마을'

원동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곳들이 바로 영포·내포마을과 함포마을이다. 전통적으로 매화가 유명한 영포와 내포마을을 '쌍포마을'이라 불렀다.





여기에 미나리로 유명한 함포마을 등 세 지역은 봄철 필수 방문 지역이다. 매화뿐만 아니라 벚꽃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원동면에 매화가 심어진 것은 일제강점기 때다. 일제가 한반도에서 매화 재배에 가장 적합한 곳을 골랐는데, 양산의 원동면이 그 대상지로 선정됐다고 전해진다. 영포마을의 경우 서쪽으로 트인 야트막한 언덕에 매화농원들이 즐비하다.

◇ 매화 다음 벚꽃



원동의 매력은 매화 이후에는 곧바로 벚꽃이 만개한다는 점이다. 가장 핵심이 되는 곳은 원동역이다. 워낙 매화의 명소로 알려져 어쩌면 벚꽃 명소로 저평가된 곳이라 할 수 있다.

원동역에는 4월 초 오래된 벚꽃이 만발한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무궁화호를 타고 원동역에 내리면 벚꽃 향이 코를 찌른다.



벚꽃은 '삼포 마을'을 통과하는 69번 국지도를 따라 계속 만날 수 있다. 주차의 경우 영포마을의 쌍포 매실 다목적광장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이곳에 주차한 뒤 국지도 옆의 벚꽃길을 걷거나 야트막한 언덕배기로 난 길을 걷다 보면 아찔한 봄의 정취에 취할 수 있다.

순매원은 매화꽃이 졌지만 양산 물금에서 원동역을 거쳐 밀양 삼랑진까지 12㎞ 구간이 온통 벚꽃이 활짝 피는 명소다. 승용차를 가져왔다면 순매원 바로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벚꽃을 배경으로 달려오는 기차 사진을 찍어봐도 좋다.



◇ 신흥사

기왕 양산에 왔다면 신흥사를 한 번 둘러보는 것도 좋다. 신흥사 대광전은 보물 1120호로 지정돼 있다. 영포마을에서 가까워 가보기도 좋다. 독특한 한옥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대광전은 효종 8년(1657년)에 건립한 17세기 맞배지붕으로 된 건축물이다. 앞면 3칸, 옆면 3칸 규모로,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사람 인(人)자 모양을 하고 있다. 조선 중기에 지었지만, 건축기법은 조선 전기의 특징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미나리 삼겹살



원동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나리 삼겹살이다. 돌판 위에 미나리와 삼겹살을 구워 먹는데 상큼한 미나리 향과 삼겹살이 잘 어울린다. 원동마을 특산품인 미나리는 지금이 가장 신선하다.

원동에는 미나리 농가가 모두 26가구 있다. 봄꽃이 피어있는 거리 인근에는 미나리 삼겹살을 판매하는 곳이 즐비하다.

길을 가다 삼겹살을 굽는 고소한 냄새를 맡는다면 발걸음이 저절로 식당을 향해 갈지도 모른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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