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 개발 제동 건 인천시의회 조례 개정…위법성 논란
"국가 승인받은 개발 프로젝트도 시의회 동의 받아라"
10년 전 유사조례 대법원 위법 판결에도 조례 개정 강행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인천시의회가 국책사업인 경제자유구역 개발에 시의회 동의를 의무화하는 조례 개정을 강행해 위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최근 '경제자유구역사업 설치 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의원 발의로 상정된 개정안은 송도국제도시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과 관련해 시가 의무 부담이나 권리 포기 사항에 관한 협약·계약을 체결하기 전 시의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무 부담이나 권리 포기 사항'은 시가 민간사업자에 개발권을 부여하거나 용지를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경우 등을 의미한다.
시가 긴급하게 협약을 체결해야 할 때는 '시의회 의결을 받은 때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조건을 협약서 등에 붙여 제출하게 했다.
시의회의 조례 개정 움직임에 대해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을 총괄하는 시 산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국 7곳에 지정된 경제자유구역 개발은 국가위임사무인데 국가사무에 대해 지방의회의 동의를 의무화하는 게 위법하다는 것이다.
현재 투자 유치 여부는 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심의를 거치는데 시의회가 반대하면 인천시장의 결정이나 정부 부처 승인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10년 전 인천시가 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했던 이번과 유사한 조례에 대한 무효 확인 및 집행정지 소송에서 시의 손을 들어줬다.
2009년 당시 대법원의 위법 판결이 난 시조례는 시장이 민간투자자와 개발협약을 체결할 때 시의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시의 의무부담, 권리 등에 관한 면적이 15만㎡를 넘거나 총 개발사업비가 300억원 이상인 개발협약도 시의회 의결사항으로 정했다.
위법성 논란에 대해 시의회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개발을 둘러싼 특혜 시비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시의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지난 10년간 지방자치권이 크게 확대된 만큼 경제자유구역 내 개발사업이 국가사무인지 자치사무인지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이달 29일 본회의를 열어 조례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시의회 안팎에서는 전체 시의원 37명 중 더불어민주당이 34명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개정안이 통과돼도 민주당 박남춘 시장이 재의결 요구나 대법원 제소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은 이번 조례 개정이 송도 세브란스병원 건립을 비롯한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23일 조례 개정 중단을 촉구하는 항의집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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