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줄이 건물 한바퀴'…삼성전자 액면분할 후 첫 '개미' 주총

입력 2019-03-20 10:49
수정 2019-03-20 11:35
'대기줄이 건물 한바퀴'…삼성전자 액면분할 후 첫 '개미' 주총

주총 시작 한시간 반 뒤에야 주주 입장 완료…주가하락 불만도 토로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배영경 기자 = 삼성전자[005930]의 20일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서초사옥 주변은 주총에 참석하려는 소액주주들 행렬로 북적였다.

이날 오전 9시 주총 시작을 30분 남겨둔 시각, 서초사옥 입구에는 5층 주총장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소액주주들이 대로변까지 늘어섰고 주총 시각이 가까워질수록 입장 대기 줄이 사옥을 한 바퀴 둘러싸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이날 정기 주총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4월 액면분할을 시행해 소액주주가 대거 늘어난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다.



액면분할 전후로 삼성전자의 주주 규모는 작년 3월 말 기준 약 24만명에서 현재 78만여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한 상태다.

일반 소액주주가 급증한 만큼 회사는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사옥 5층 다목적홀에 좌석을 추가 배치하고 다목적홀과 별도로 A·B·C·D 4개 구역을 추가로 마련, 결과적으로 예년 400석보다 2배 이상 많은 좌석을 준비했다.

또 중계 카메라 5대·65인치 대형 TV 8대·스피커 등을 설치해 다목적홀 내부의 주총 상황이 실시간 생중계되도록 준비했고, 다목적홀이 아닌 곳에서도 주주들이 발언할 수 있도록 주주 발언권 보호에 힘썼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급증한 주주 규모가 워낙 큰 탓에 주총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주총이 오전 9시 정각에 시작됐지만 그 시각에도 여전히 서초사옥 내부로 들어오지 못한 주주들이 건물 밖에 긴 줄로 늘어서 대기했고, 주총 시작 한 시간 반이 지난 오전 10시30분께야 주주 입장이 마무리됐다.

이미 추가로 마련된 A·B·C·D 구역의 좌석도 가득 차, 선 채로 주총 상황을 지켜보는 주주들도 상당수였다.



이에 한 소액주주는 주총이 시작된 뒤 발언권을 얻어 "오늘이 주총 날이 맞느냐. 이렇게 진행하면 뭐하나 (밖에 기다리는) 주주들은 (주총을) 듣지도 못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안전에 대해 강조하지만 지금 밖에 미세먼지가 난리인데 주주들이 한 시간씩 밖에 서 있다"며 "액면분할 이후 주주 많을 것이라는 건 다 나온 이야기인데 이런 식으로 주주를 입장시키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대표이사 김기남 부회장은 "불편 끼쳐 드린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내년에는 보다 넓은 시설에서 주주 여러분을 모실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 주식 하락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한 주주는 "지금 삼성전자 주식이 얼마 하는지 아느냐. 이사진들은 뭐 하고 있는 것이냐"라면서 "경영진들이 주가 하락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처럼 바라보고, 경영을 잘못했다면 전부 사표를 내라"고 성토했고, 일부 주주는 동조의 박수를 쳤다.

소액주주들은 평소 언론 등으로 숙지한 회사 상황과 IT 기술과 관련한 전문적인 질문들도 쏟아냈다. 이에 부문별 경영현황이 1시간 넘게 이어졌다.

구로구에서 왔다는 한 소액주주는 권오현 회장의 저서 '초격차'를 직접 가져와 들어 올리며 "중국 반도체 굴기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이 지금 얼마나 유효할지 의문"이라고 물었다.

그밖에도 화학물질관리법에 대한 삼성전자 및 계열사들의 대응방안, 4차 산업혁명 대비 인수·합병(M&A) 계획, 중국·인도 등의 시장에서 스마트폰 판매 전략 등에 대한 질문들이 제기됐다.

한 70대 주주는 "삼성전자 없으면 대한민국 없으니, 삼성이 앞으로 더 나갈 수 있도록 글로벌 모든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힘써달라"며 "삼성이 잘 나갈 수 있도록 대통령도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응원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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